백로(白露)

by 정유지

백로(白露) / 정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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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면 가슴속에 새기는 저 둥근 지구 자전축 아래로 초록빛 절망의 그림자가 휘어지고, 채 맺히지 못한 이슬처럼 서울의 거리를 달라붙는 오늘의 속성, 그러나 물방울 튕기듯 새들이 날아간다아, 한강은 맑고 투명한 벽유리를 흔들며 춤을, 깊은 춤을 춘다아, 다시 물안개는 거대한 슬로우풍으로 압구정동 어디쯤 육상한다아, 외로움도 끝물이 들면 무서워지듯 하구(河口)에는 서러움이 퇴적되고 떠는 창백히 떠는 풀잎들, 더 이상 부서질 수 없는 지상의 마지막 순결로 우리 다시 만나리, 햇살 내려앉은 긴 방죽의 풀잎들은 눈빛 서린 메시아가 불탄다


지상의 마지막 순결로 서울을 불태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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