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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릉(齊陵)

by 정유지

제릉(齊陵)


지아비 쏙 빼닮은 정종과 태종처럼

자식을 잘 둔 덕에 죽은 뒤 왕후 되고

개성 땅 홀로 묻혀도

태조 원비 나일세


-정유지




제릉은 조선 개국의 시조 태조 이성계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가 묻혀있는 개성 땅을 말한다.


신의왕후 한씨는 조선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첫째 부인이다.


하지만, 이성계의 첫째 부인이면서도 조선의 건국이전 사망하였기 때문에 조선 최초의 국모라는 영예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이성계가 이 신의왕후보다 둘째 부인 신덕왕후를 더 총애한 덕에 신의왕후라는 이름도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덕왕후의 소생이었던 막내아들 방석이 세자로 책봉되는 등 권력의 축이 신덕왕후 측에 집중돼 있던 탓에 많은 과소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1337년에 태어난 신의왕후 한씨는 15살이 되던 1351년에 비슷한 호족 신분이었던 이성계와 혼인해 6남 2녀를 낳았고, 이성계가 고려왕조 말기에 난세를 평정하고 전쟁터 누비는 동안 집안 대소사를 묵묵히 처리하였다.


이성계가 고려 명문귀족 딸인 강씨(신덕왕후)와 1370년경에 혼인하면서, 첫째 부인이었던 한씨는 향처(鄕妻)로 전락하게 되었다. 조강지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아비 사랑을 받지 못한 비련의 여인이었다.


한씨는 속병이 악화돼 조선 왕조가 개창되기 1년 전인 1391년에 사망한다.




신의왕후는 조선 최초의 국모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녀 소생 정종과 태종이 조선왕조 계보를 이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녀 또한 왕후 위치로서 추존을 받게 된다.


근본 없는 후손이 없듯이, 신의왕후의 삶 속에 조선 2대 정종과 3대 태종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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