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 밖에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라고 인용된 시는 기형도의 「빈집」 전문입니다.
잠이 안 와서 뜬 눈으로 밤을 뒤척였습니다.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음소식에 슬픔을 혼자 삼킨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재미있게 놀다가 떠난 시인은 아마도 천상병 시인 아닌가 싶습니다. 「귀천」이란 시를 통해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지요. 기형도는 20대에 요절한 천재시인이었습니다. 사후에 더 유명해진 시인이지요. 그는 죽음에 대한 예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빈집」은 그런 기형도의 마음을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삶은 저마다 숭고하지요. 자신이 스스로 설정하고 고착시킨 편견 때문에 변화의 이 세계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모두 부질없고 속절없는 썰렁함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경제를 배우기 시작할 때 저축을 강조합니다. 물론 좋은 말입니다. 동시에 어떻게 가치있게 쓰는 법도 배워야 하는데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쓰는 인생을 놓치는 이가 많습니다. 재능을 기부하는 삶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재능 부자입니다. 모으는 재미는 셀프만족, 나누는 재미는 인생 만족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