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로 이어진 다리 위를 서성거릴 때부터 나는 그것이 기다림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거리엔 안개의 인파로 가득하다, 남춘천역 전화부스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긴급 버튼을 눌러 114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거기 가장 외로운 사람 없나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 잠시 후 따귀라도 후려치듯, 수화음이 툭 끊겼다, 가장 외로울 때 전화 걸 상대가 없다는 사실을 되뇌며 나는 둑방 위를 걷고 있었다, 맥 빠진 내 모습이 안갯속에서 질겅질겅 잘려나가고 있었다, 법원 근처 솟구친 철탑 위로 빨간 십자가가 유독 크게 보였다, 크게 보이는 것이 이 시대의 가장 핵심이 된 지 오래, 탑 트롯가수, 탑 기사, 탑 페니스, 탑 건 등등, 탑이 되면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 돈이 된다, 나는 탑을 꿈꾸지 않았다, 시선을 모으고 싶지 않았다, 탑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게 서 있었다, 안개로 꽉 찬 도시의 한 복판에서, 아직 안개 공화국에 나는 걸쳐 있었다, 안개로 이어진 정국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 속에서 돈이 오가는 영화가 인기였다, 모자이크 처리되는 화면, 나는 지상에서 가장 순수한 풀잎들을 좋아했다, 풀잎들이 이슬과 몸을 섞으며 반짝거릴 때마다, 곧잘 흥분하곤 했다, 흥분하는 것은 자유다, 거대하고 느리게 흐느껴 우는 안갯속에서, 풀잎들은 이슬과 만나 몸을 불태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아무도 안개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자
- 정유지의 시, 「안개」 전문
오늘의 화두는 ‘안개’입니다.
안개는 새로운 변화의 서막입니다. 사물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그 사이로 떠도는 안개정국은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직면하게 됩니다. 주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흔들림이 없이 소신껏 그 변화의 물결을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안개는 새로운 프레임을 창조하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 속에서 세상을 봅니다.
"다른 사람이 가져오는 변화나 더 좋은 시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찾는 변화이다."라는 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어록입니다.
안개가 선연한 바다를 떠올립니다. 안갯속은 갖가지 현실이 밀폐된 곳이지요. 우리가 바라보고 응시하는 곳이 단순한 일면인지 아니면 입체적으로 직시한 사실인지 여부가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가 바로 자기 자신이란 명백한 현실인식이 핵심 키워드이지요.
떠도는 말이나, 몇 사람의 입을 통해 각색된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가 바로 자기 자신이란 사실이 더 중요하겠지요.
실체 없는 말 때문에 불평과 싸움이 생겨나고 종국에는 상대편과의 전쟁까지 발생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해서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도 있습니다.
'흑인이기 때문에'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많은 난관과 시련을 극복하며 살아왔겠지요.
'끼, 꼴, 꿈, 꾼, 끈'이라는 트렌드(Trend)를 갖고 한계상황을 멋지게 통과해 스스로를 이기고 세상을 비추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겠지요.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려면 먼저 나 자신의 문부터 여는 변화가 더 필요하겠지요.
나를 변하게 하는 스스로의 결단이 변화의 시작일 것입니다.
고착된 생각을 파괴하고, 새롭게 변화되는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 창조의 세계를 열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