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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병아리감별사

by 정유지

병아리감별사의 손

무수한 시행착오 생성된 직감 본능

눈과 손 신경계가 맞물려 연동되듯

생과 경계 넘나든

암수 분류 심판관

노오란 수평아리 삐약삐약 울면서

그라인드 기계로 빨려들 그때까지

감별사 손끝에 의해

울고 웃는 인생사

-정유지




오늘의 창은 ‘병아리감별사’입니다.


병아리감별사(鑑別士)는 부화장에서 부화 후 30시간 이내 암컷과 수컷의 항문을 손으로 개장(開張)해 식별하는 사람입니다.


감별사는 분류의 순간에 마음을 비우고 그 어떤 잡념도 없이 순수하게 의식만 존재하는 상태로 만들어야 유능한 감별 전문가가 되겠지요.


병아리는 감별 이후 암수가 다른 상자에 넣어집니다.


태어난 지 이틀이 지나지 않은 수평아리는 삐약삐약 울며 그라인드 기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감별사의 착오로 숱한 병아리가 죽어갈 수 있습니다.


한편 사려 깊고 신중하게 정성 쏟는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의 액티브 시니어를 응원합니다.


"알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라인드 기계로 빨려 들어가는 수평아리의 삶을 바라본다. 아들 낳았다고 좋아했던 종갓집 맏며느리의 얼굴도 교차한다. 모르면 귀한 것을 버리고 가치 없는 쪽을 선택한다. 인생은 알 수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 가치 있게 삶을 만드는 게 참으로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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