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두는 '가장의 사랑'입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전방에서 포병장교를 하는 아들이 생일날 보내준 갈비탕 쿠폰 때문에 눈시울을 붉힐 줄 몰랐습니다. 20년 전, 우유를 좋아하는 어린 아들을 위해, 술값을 아껴 우유를 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엄한 척하는 가장이었지만, 늘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아들은 나의 분신이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생일날 보내준 아들의 갈비탕 덕분에 너털웃음을 짓게 됩니다.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뼛속까지 우려내랴 끓을수록 가벼운 몸 / 함께 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 몸속에 갇힌 바다를 다시 빠져나온다"라는 작품은 전정희 시인의 시 「멸치를 끓이며」 일부입니다. 멸치를 끓이면서 우려내는 동안, 우러나는 그 깊은 맛이야말로 부모님의 사랑이아닐 런지요?
어제는 갑작스럽게 지인들이 와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잠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늦게까지 술 마신 자식을 위해 손수 ‘멸치 해장국’을 끓여주신 어머니 얼굴이 떠오릅니다.
몇 년 전, 부산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70대 노인이 '자식들에게 수술비와 입원비 등의 부담을 주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못난 부모를 만나서 평생 고생이 많았다. 몸이 너무 아파 못 견뎌 먼저 간다. 내가 수술하면 너희들에게 부담이다... 공과금을 모두 납부했으니 지갑 속 약간의 현금 및 통장에 든 돈도 사용해라... 장례는 화장을 해서 바다에 뿌려 달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절차대로 하라.'며 마지막까지 자식들을 배려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지갑에는 현금이 13만 5천 원 들어 있었지요. 자식들은 화장 후 봉안당에 선친의 유골을 모셨다고 합니다. 당시 고인의 유족은 딸(40)과 아들(38) 남매입니다. 자식들을 위해 신변을 정리한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유서는 아직도 아픈 단상으로 가슴을 울립니다.
그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부모님을 자주 못 뵈었다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주말, 혹여 두 분 다 돌아가셨다면 부모님 묘소를 찾아가는 주말, 내 이웃 중에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면 돌아보는 주말로 정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