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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파전

by 정유지

파전과 막걸리

구슬비 내리는 날 생각나는 이 있네

따뜻함 그리워서 해후를 그리면서

갈볕을 한 판에 담아

진솔하게 나눈다

지지고 볶는 세상 더 이상 볼 수 없네

우울함 잊으면서 괴로움 달래면서

막걸리 착한 한 사발

유유자적 비운다

- 정유지




오늘의 창은 ‘파전’입니다.


비 오는 날 떠오르는 누군가의 존재는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해후를 그리면서’라는 표현처럼, 오랜만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는 존재입니다.


사람이 그리운 날, 파전은 위로였고 막걸리는 안부였습니다.


‘갈볕을 한 판에 담아’는 따뜻한 인간의 정서를 파전 한 판에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비 오는 날,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파전에 막걸리 한 잔입니다.


입안엔 파전의 담백함, 잔속엔 막걸리의 흰 그리움이 출렁입니다.


‘지지고 볶는 세상’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달픈 삶을 말합니다.


그 속에서 잠시라도 우울함과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위로받는 모습이 그립니다.


"착한 한 사발", "유유자적" 같은 표현처럼, 단순한 술 한 잔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쉼표를 뜻합니다.


파전은 반죽한 밀가루에 길쭉길쭉 썬 파와 조갯살, 굴 따위를 얹어 넓적하게 지진 음식을 말합니다.




파전과 막걸리를 한마디로 <소박한 위로>로 명명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마디에 파전과 막걸리가 주는 따뜻함, 여유, 사람 사이의 정, 그리고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진한 위안이 담겨 있습니다.


"파전과 막걸리는 정겨운 한 상, 비 오는 날의 위안, 서민의 낭만, 따뜻한 쉼표, 비와 함께한 온기로 비유할 수 있다. 파전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과 막걸리의 정겨운 맛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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