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의 창

그림자

by 정유지


그림자 벨트

너와 함께 다니는 네 그늘 되고 싶어

표현은 못하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속 깊은 또 다른 빛의

얼굴이라 말할까


누군가 분신으로 평생을 살아온

네가 흘린 눈물들 대신해 아파할게

골목길 밤 깊을수록

더 커지는 동반자

-정유지




오늘의 창은 ‘그림자’입니다. 「그림자 벨트」의 그림자는 말없이 따라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빛을 비추기 위해 기꺼이 어둠이 되는 삶의 태도이며, 진정한 동반자가 품는 무언의 사랑과 헌신을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림자 벨트」는 그림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헌신, 말 없는 공감, 그리고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이 그림자는 주체를 잃은 희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연대이자, 사랑의 절제된 시적 장치입니다.


'너와 함께 다니는 네 그늘 되고 싶어'는 사랑과 헌신의 가장 절제된 고백입니다. 진정한 동반자는 빛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도록 자신은 그늘이 되기를 자처합니다. 이것은 자기 소멸이 아닌, 가장 숭고한 방식의 동행입니다. 그림자는 ‘표현은 못하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이는 말보다 깊은 이해, 제스처보다 진한 공감을 뜻합니다. 그림자는 속 깊은 또 다른 빛의 얼굴, 즉 빛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그 자체로도 감정을 품은 자율적인 존재입니다.


'누군가 분신으로 평생을 살아온 길'이라 했지요. 그림자가 단순히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삶을 함께 살아낸 또 다른 자아라는 사실입니다. 이 동반자는 지혜롭거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생을’이라는 표현을 통해 순수한 헌신의 모습을 지향합니다.


'네가 흘린 눈물들 내가 대신 아파할게'라는 고백은 감정의 경계를 허무는 선언입니다. 이는 공감의 극치를 넘어 감정의 대리 체험, 혹은 존재의 융합에 가깝습니다. 그리하여 그림자는 그림자 이상이 됩니다. 그는 동반자이며, 보호자이며, 때로는 그 사람 자체가 됩니다.


'골목길 밤 깊을수록 / 더 커지는 동반자'는 「그림자 벨트」 작품의 정서적 정점입니다. 시간이 깊어지고, 세상이 고요해질수록, 그림자는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이는 동반자가 단지 좋은 시절에 함께하는 이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더 존재감 있게 옆에 서 있는 사람임을 뜻합니다. 밤과 골목이라는 밀폐된 공간, 그리고 깊어가는 시간은 외로움의 은유이자, 관계의 본질이 드러나는 배경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림자는 단지 ‘따라오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걸어주는 존재로, 존재의 크기를 증명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리어 물체의 뒤에 나타나는 검은 형상입니다.


그림자는 빛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빛과 그림자는 각도에 따라서 비례하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일수록 큰 나무의 그림자처럼 이웃의 그늘 되는 배려의 메신저,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의 액티브 시니어를 응원합니다.


"그림자는 빛을 대신하지 않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것을 지키는 삶의 동반자다."


"그림자는 빛의 또 다른 얼굴이다. 빛이 양이라면 그림자는 음이다.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세상엔 많다. 그들의 존재감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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