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걸 누가 입어...

패션위크는 무엇이고 왜 하는 걸까?

by 은빛물결

[Intro]

파리패션위크가 시작되었다. 인스타 피드에 패션위크 게시물만 잔뜩 뜨는 덕분에 팔로잉 수가 늘어났다. 패션위크는 때때로 이상한 콘셉트와 옷으로 밈화되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요즘 한국 아이돌들이 많이 참석하여 화재를 불러 모으기도 한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패션 업계에서 단연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패션위크란 무엇이고 이걸 대체 왜 하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화제가 되었던 Schiaparelli의 Spring 2023 Haute Couture Collection

[패션위크의 정의]

사전적인 수준에서 시작하자면, 패션위크란 특정 도시 내에서 일주일 내외의 기간 동안 브랜드들의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2~3월에 가을/겨울(F/W; Fall/Winter) 컬렉션, 9~10월에 봄/여름(S/S; Spring/Summer) 컬렉션을 발표한다. 보통 패션위크라 하면 ‘런던 패션위크, 파리 패션위크’ 이렇게 앞에 도시의 이름이 붙는데, 이렇듯 도시 단위로 패션위크가 열리는 게 맞다. 근데 여기서 '일주일만 한다고? 지금 몇 달째 내 인스타 피드와 연예기사들을 패션위크 어쩌고 가 점령하고 있는데?'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 이유는 4대 패션쇼(파리, 뉴욕, 런던, 밀라노)가 일주일씩 순차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4대 패션쇼만 이어 붙여도 한 달 이상 당신의 인스타 피드에 패션위크 게시물이 뜰 수밖에 없다.


그럼 대체 왜! 패션위크라는 것을 하는 걸까. 브랜드를 홍보하고 전 세계 패션피플들을 Entertaining 하기 위한 이벤트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명인들 초대해서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려는 마케팅의 목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패션위크는 브랜드들이 패션브랜드를 유통하는 바이어들을 초청해서 자신들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SNS 이전에는 전통매체인 유명 잡지의 편집장, 에디터, 프레스가 참석해서 쇼를 평가하고 트렌드 화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해 패션위크의 본질은 브랜드에서 제품을 기획해서 만들어 쇼에 올리면, 백화점, 유명 편집샵 등 패션 브랜드를 유통하는 리테일러들의 구매팀이 참여해서 자신이 전개하는 유통에 적합하고 판매가 잘 될 제품에 대한 구매 결정을 하러 오는 자리인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실제 출시일보다 반년 정도 앞서서 컬렉션을 공개하는 것도 미디어와 바이어가 해당 컬렉션을 충분히 홍보하고 대중들에게까지 체감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패션쇼는 일종의 냉혹한 평가의 장이기도 하다. 바이어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수주에 애를 먹고 각종 언론 또는 대중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으면 CEO와 디렉터가 교체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으니까.


[4대 패션위크의 기원과 특징]

패션위크는 서울에서도 열리고,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데, 그중 가장 권위 있고 파급력이 강한 세계 4대 패션위크는 개최 순서대로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패션위크이다.

뉴욕 패션위크가 현재 형태의 패션위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패션의 고장 파리에 패션위크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체계화된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끼리 바이어를 초대해서 소규모로 열렸었다. 그러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뉴욕 디자이너들이 프랑스로 갈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뉴욕에서 '프레스위크(Press Week)'를 열었던 것이 뉴욕 패션위크의 시초이다. 뉴욕 패션위크에 서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들로는 랄프 로렌, 마크 제이콥스,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알렉산더 왕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친근한 디자이너들이다. (백화점 1층이 아니라 2-3층에서 볼 법한 그런 브랜드들) 실제로 미국적인 특성이 반영이 되어서 가장 실용적이고 가장 상업적인 패션쇼들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찾아보니 이러한 비하인드가 있다.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원래 뉴욕이 맨 마지막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늘 표절이란 오해를 받았다. 이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안나 윈투어가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뉴욕패션위크를 제일 먼저 열기로 결정을 하고 이전에 다른 도시의 패션위크에 서던 미국 디자이너들을 뉴욕패션위크에 대거 투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왼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란다' 역의 모티브가 되었던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

런던패션위크는 4대 패션위크 중 가장 신진 디자이너 쇼가 많은 패션위크이다. 브랜드의 규모가 커지면 다른 도시(파리, 밀라노)의 패션위크로 가는 것이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신진 디자이너들의 쇼가 메인으로 부상할 수 있어 런던 패션위크는 신진 디자이너의 산실로 평가되기도 한다고 한다. 시몬로샤, 에르뎀, JW 앤더슨 등등 생각해 보니 잘 나가는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이었다.

사랑하는 JW Anderson!

밀라노로 넘어가도록 하자. 이탈리아에는 워낙 유서가 깊은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에 파리와 함께 하이라이트가 되는 패션위크 중 하나이다. 이름만 말하면 뭐 다 아는 브랜드들, 구찌, 돌체 앤 가바나, 마르니, 막스 마라, 모스키노, 발렌티노, 베르사체, 보테가 베네타, 프라다 등등이 밀라노 패션위크에 선다.

Versace 쇼/ 트렌드와 타협하지 않고 Identity를 고수해 나가는 이탈리아 브랜드들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리다. 세계 4대 패션 위크 중에 가장 큰 규모와 전통을 자랑하며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백화점들과 면세점들의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는 물론 디올 등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쇼가 파리에서 열린다.


[패션위크에 나오는 난해한 옷들은 뭘까? 오트뀌뚜르]

개인적으로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는 파리에서만 열리는 '오트뀌뚜르(Haute Couture)'라고 생각한다. 오직 파리 패션위크에서만 열리는 오트뀌뚜르가 파리 패션위크를 최고의 패션위크로 만들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트뀌투르는 ‘저런 걸 왜 만들어, 누가 입어’의 '저걸' 담당하고 있는 피스들이 나오는 쇼다. 오트뀌투르 컬렉션에 나오는 피스들은 웨어러블 한 옷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 디자이너의 ‘판타지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2024 Spring Haute Couture의 최고는 단연 Masion Margiela였다

영어로는 ‘하이패션(High Fashion)'이라고 하는 ‘오트퀴튀르’라는 단어 자체는 1945년부터 그 기준이 제정되어 프랑스 산업부의 법적 보호까지 받는, 패션 브랜드를 소개할 때 붙는 최고의 영예의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오트퀴투르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파리의상조합에서 지정한 기준에 맞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 몇 가지만 옮겨 적어 보자면, 개인고객을 위한 맞춤복 디자인일 것/ 프랑스 파리에 아뜰리에가 위치할 것/ 15명 이상의 정규직과 20명 이상의 기술직을 고용할 것/연 2회 이상 컬렉션 개최할 것(1월과 7월)/ 매 컬렉션마다 50벌 이상의 새로운 의상을 공개할 것/그 와중에 낮과 저녁룩을 포함할 것.. 등


이러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패션하우스들이 오트뀌뚜르의 쇼피스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수개월의 작업이 소요되기도 한다. 제작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드레스 중 하나인 샤넬의 18 S/S 깃털 드레스는 작업시간만 1,150시간이 필요했고, 21 S/S 'Miss Dior' 드레스를 만드는 데 80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조롱하는 그 옷들... 누가 입냐 했던 옷들 만드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실용적 목적의 옷이 아니라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예술작품 혹은 행위예술로 보는 게 맞다. 그러니 누가 저딴 거 입고 돌아다니냐! 하는 조롱은 멈춰주길 바란다 ㅠㅠ

Chanel 18 S/S Haute Couture, Feathered Dress
Dior 21 S/S Haute Couture, Miss Dior Dress


보통 맞춤형 옷이기 때문에 오트꾸튀르의 ‘시장가’를 산정하는 것이 무의미하긴 하지만 적게는 몇천 많게는 몇억까지 간다. 하지만, 오트뀌튀르는 돈이 있다고 사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트뀌튀르 쇼의 게스트로 초대되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엄선된 4,000명 이하 고객들만을 위한 쇼이기 때문에 고객이 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정확한 기준이라는 것은 알 수 없지만, 당연히 연예인들 그리고 주로 ‘사교계 여성들’ 이 게스트로 초대된다. 2010년 기준이긴 하나, 샤넬의 패션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롭스크가 최근 몇 년 동안 오뜨 꾸뛰르 매출이 20-30% 증가했고 중동, 중국, 러시아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Outro]

비록 쇼에 초대받진 못 했지만,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 유튜브로 쇼 영상을 볼 수 있다. 지금 Haute Couture 쇼가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글을 마치고 쇼 영상을 보러 가야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피부에 닿는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시즌, 꾸튀르 영상을 한 번씩 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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