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이커머스가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
이번에는 Ssense의 회생 신청 소식이다. Farfetch, Matches Fashion, Yoox 등에 이어 럭셔리 커머스들이 연이어 사업에 실패하고 있다. 필자가 그동안 쌓아온 실적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Covid 기간 동안 오프라인에 뿌리내려 있던 세상이 통째로 온라인으로 이식될 것처럼 보였고, 럭셔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라이빗하고 전통적인 영역으로 여겨져 오던 럭셔리가 그 어떤 공간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온라인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이 새로운 질서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듯했으나, Covid 종식과 함께 럭셔리 이커머스는 속속 서비스를 접고 있다.
럭셔리가 이커머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에게는 할인과 빠른 배송으로 인당 구매액을 높이려 했던 전략은 결국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콘셉트카’였던 걸까?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위 질문에 답하려면 럭셔리 산업 특유의,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룰 오브 게임’을 이해해야 한다.
럭셔리 산업에는 ‘상위 10%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만든다’는 럭셔리 파레토 법칙이 있다. 럭셔리 제품은 워낙 가격대가 높다 보니,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고객 저변을 무한히 넓히는 데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러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지갑이 두둑한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인당 구매액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 된다.
럭셔리 이커머스의 주요한 모순 중 하나는 이 고관여층이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를 고집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럭셔리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다수는 저관여층에 속한다. 단순 계산하면 럭셔리 이커머스의 addressable market은 전체 시장의 약 20%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고관여층은 오프라인을 선호할까?
경험적 의례: 럭셔리 소비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의례적 경험’이다. 매장에서의 응대·공간·연출은 고객에게 “당신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것은 온라인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감각적·정서적 만족을 제공한다.
사회적 상징성: 백화점 VIP 라운지 이용, 프라이빗 쇼룸 방문은 단순 소비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증명’이다. 오프라인에서 럭셔리를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 행위 그 자체가 지위를 입증하는 행위’가 된다.
신뢰와 진품성: 고가 제품일수록 위조품 우려가 큰데, 오프라인은 정품 보증, A/S, 교환·환불 등 사후 관리가 체계적으로 보장된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에는 럭셔리 파레토 법칙을 벗어나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상위 고객층을 집중 공략한 MyTheresa가 있다. 이 회사는 고소득 상위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 Dolce and Gabbana 고객 트립(이탈리아 라비에라), 뉴욕 발레단 리허설 프라이빗 관람 등 브랜드 전통의 VIP 이벤트와 맞먹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 결과 연간 1억 원 이상을 쓰는 상위 고객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게 됐다. 즉, 온라인에서도 럭셔리 파레토 법칙을 달성한 것이다.
럭셔리 산업에서 리테일러는 구조적으로 ‘을’이다. 명품 브랜드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같은 브랜드에 공간임대료를 거의 받지 않거나, 판매 수수료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수취한다. 브랜드가 끌어들이는 VIP 고객층의 모객 효과가 임대료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즉, 럭셔리 산업에서 진짜 힘은 브랜드에 있다.
이 관계는 온라인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불리하다. 온라인의 본질인 접근성·편의성·할인율은 럭셔리가 중시하는 희소성과 폐쇄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온라인 리테일러에 우호적일 리 없고, 협상 구조는 오프라인보다 더 열악하다.
결국 온라인 리테일러들이 택한 해법은 할인이었다. 상시 세일, 쿠폰, ‘딜’ 탭을 통해 박리다매를 시도했지만, 이는 럭셔리의 룰 오브 게임; 정가를 유지하며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객들은 온라인에서는 정가로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게 되었고, 리테일러의 마진 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Ssense는 그 대표적 사례다. MZ세대를 타깃으로 전통 럭셔리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독창적 콘텐츠로 업계 반향을 일으켰지만, ‘상시 할인 탭’ 도입과 퍼스널 쇼퍼 증원 지연으로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이 동시에 흔들렸다. 결국 벤더 대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럭셔리 이커머스의 몰락은 단순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다. ‘상위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파레토 법칙과, ‘할인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룰 오브 게임을 간과한 대가다. 결국 이 산업은 저관여층을 마구 끌어모아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할인 경쟁으로는 오히려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나 역시, 주머니 얇은 럭셔리 소비자로서 자꾸 자아 분열이 온다. 머리로는 “고관여 집중, 할인율 제한”이 정답임을 알면서도, 가슴은 여전히 ‘세일 탭’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이커머스가 하나둘씩 문을 닫아가는 지금, 어쩌면 나의 럭셔리 소비도 함께 끝나는 게 아닐까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