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Zara의 확장 전략
패션위크가 끝났다. 언제나 업계 최대의 축제지만, 이번 26 S/S 시즌은 유난히 뜨거웠다. 샤넬,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각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내놓은 첫 컬렉션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이번 시즌을 두고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 평하기도 했다.
덕분에 추석 연휴 내내 나는 런웨이 영상과 사진, 기사 속에 잠겨 살았다. 연휴가 끝나갈 무렵, 결국 발걸음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언제나 들르는 발렌시아가 매장을 시작으로, 조나단 앤더슨이 아니었다면 평생 들어가 보지 않았을 디올까지. 몇 가지 아이템을 피팅해 보고, 가격을 머릿속에 저장한 채 매장을 나왔다. 26 S/S 컬렉션이 매장에 깔릴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특히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백 라인업은 꼭 보고 싶다. 카골은 이제 두 개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 ZARA로 향했다. 영감을 가득 안고, 신상 블라우스와 바지를 들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교체되는 동안 내 옷장의 최대 지분은 여전히 ZARA다. 대학생 시절, ZARA는 나에게 ‘가성비 백화점’ 같은 존재였다. 다양한 구색과 빠른 트렌드, 적당한 가격. 그리고 어느새 3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ZARA를 찾는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는 동안, ZARA도 함께 고급화되고 다층화되며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생애주기와 ZARA의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ZARA의 전략 방향성 — 전방위적 확장
ZARA의 최근 행보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확장’이다.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카테고리·가격·고객층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ZARA는 핵심 의류 사업을 넘어, 새로운 제품군으로 끊임없이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2021년, 립스틱과 아이섀도, 네일, 브러시를 아우르는 ‘ZARA BEAUTY’ 라인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뷰티 시장에 진입했다.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각자의 색깔로 포화된 시장이었기에, ZARA가 선택한 전략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니치 품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 ZARA는 전통적인 화장품 브랜드처럼 단독 매장을 내기보다, 기존 패션 매장 내에 뷰티 라인을 함께 진열했다. 이로써 뷰티 단독 브랜드가 시도하기 어려운, 덜 대중적인 컬러나 질감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노출시켰다. 뷰티 브랜드들과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의류 측면에서는 스포츠웨어와 란제리로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애슬레저 시장의 고성장 흐름에 발맞춰, ZARA는 2021년 가을 남성용 ‘ZARA Athleticz’ 라인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스포츠웨어 시장에 진입했다. 이어 2022년에는 여성 아웃도어 컬렉션을 출시하며, 사이클링, 클라이밍, 스키 등 고강도 야외 활동에 적합한 기능성 의류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H&M이나 Uniqlo처럼 대중적 스포츠웨어를 내세운 경쟁사들과 달리, ZARA는 상대적으로 ‘니치한 스포츠 영역’을 패셔너블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조거팬츠, 레깅스, 스포츠브라보다 접근성이 낮지만 경쟁이 적고 스타일링 여지가 큰 아이템들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너웨어 시장 진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ZARA는 공홈 내 관련 카테고리 명칭을 ‘언더웨어(Underwear)’가 아닌 ‘란제리(Lingerie)’로 명명했다. 제품 구성도 브라톱, 슬립웨어 같은 기본 아이템보다는, 비즈 디테일이 들어간 브라, 새틴 슬립, 코르셋 등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아이템들을 감도 높은 디자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2. 가격 다각화 - 빠르지만 싸지 않고, 트렌디하지만 값싸게 보이지 않는
Zara는 최근 가격 포지셔닝의 다각화를 도모하며, 전통적인 중가 패스트패션에서 일부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고가 캡슐 컬렉션 출범과 전반적인 가격대 인상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데, 기본적인 중간 가격대 상품을 유지하면서도 선택적인 고급 상품군을 병행하는 이원화된 전략으로 보인다.
Zara는 2022년 1분기부터 과감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상위 고객층을 공략하는 업마켓(upmarket)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과거 자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70만 원 상당의 가죽 코트나 50만 원대의 가죽 블레이저를 출시했고, 캐시미어 스웨터나 이브닝드레스처럼 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군도 기존의 저렴하고 트렌디한 품목들과 나란히 진열되고 있다. 이러한 프리미엄 제품들은 Covid를 기점으로 상승한 원가 상승분의 전가 측면도 있지만 Zara를 초저가 패스트패션과 차별화하고 품질 대비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 침체기에도 Zara와 Mango 등은 오히려 고품질/고 경험 투자로 매출 호조를 보였는데, 이는 너무 저렴한 품질의 상품에 싫증난 소비자들이 약간 더 지불하더라도 만족도를 얻는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패스트패션의 초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쉬인(Shein)이나 테무(Temu)와 대비되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3. 고객 저변의 확대 - 세대를 초월한 패스트패션
마지막으로, ZARA는 고객층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화는 자연스럽게 소득 수준과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았다. ZARA의 프리미엄 컬렉션(Studio Collection, 디자이너 협업 라인 등)은 품질과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 기존 20대 중심 고객층을 넘어 30~40대 컨템포러리 브랜드 고객층까지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Inditex는 자라의 핵심 타깃을 “연령과 상관없이 좋은 품질과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패션 고객”으로 정의한다.
ZARA는 남성 고객층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기존 여성 중심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남성 전용 매장을 일부 시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2023년에는 미국 LA에 첫 단독 매장 “ZARA MAN”을 오픈했다. 남성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하나다. 이렇게 영역을 넓히면서도, 수익성은 어떻게 유지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ZARA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뤄내고 있다.
Zara를 소유한 인디텍스(Inditex)는 2022년에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3년 1분기에는 총 마진율 60.5% 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로써 인디텍스는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패션 기업 중 LVMH, 나이키, 디올에 이어 4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앞선 3곳이 모두 럭셔리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공이다.
다음 편에서는, ZARA의 높은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축, 온·오프라인 유통 전략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