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ra 가 매출을 지탱하는 방식
Zara의 성장 비결은 디자인이나 트렌드 감각에만 있지 않다.그 이면에는 정교하게 짜인 운영 시스템이 있다.
이전 글에서 다뤘듯, 전방위적 확장을 통해 매 시즌 수천 개의 SKU가 쏟아지는 구조 속에서도, Zara는 어떻게 품절과 재고 과잉 없이 ‘확장’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최근 Zara 매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보안택이 사라진 대신, 옷에 RFID 태그가 달려 있다. Zara 2023년을 기점으로 RFID 태그를 도입하여 실시간 데이터 기반 재고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기술은 Zara의 통합 재고관리 시스템(SINT)과 맞물려 작동한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가장 가까운 매장이나 물류센터의 재고를 즉시 탐색해 출고한다.결과적으로 재고를 카테고리 간에 공유할 수 있어 남는 재고는 줄고, 배송 속도는 빨라졌다.
또한 매장에서 발생하는 판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송되어,인기 상품은 바로 재생산하고, 부진 상품은 즉시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이러한 수요 대응형 생산 구조 덕분에 Zara는 빠른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면서도 재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팀 역시 거의 실시간으로 매장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제품 기획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근거리 소싱 구조와 짧은 생산주기를 기반으로, 초도 생산량은 최소화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Zara의 재고 관리 시스템은 잔존 재고율과 높은 회전율이라는 패션 브랜드 운영상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를 이상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Zara의 여러 매장이 한동안 공사 중이었다. 소형 매장을 줄이고,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리노베이션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테리어 변경이 아니라 운영 전략의 전환이었다. Zara는 다수의 소형 매장을 폐점하는 대신, 주요 거점에 ‘플래그십형 대형 매장’을 세워 고정비를 억제하면서도 고객 유입과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했다.
이 대형 매장은 ‘숍인숍(Shop-in-shop)’ 구조로 운영된다. 의류뿐 아니라 뷰티, 스포츠, 홈 컬렉션까지 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IFC몰의 Zara는 가방과 슈즈 코너를 별도로 구성했고, 강남점은 층별로 가격대를 달리하면서 화장품 코너까지 두고 있다. 매장 수는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Inditex 에 따르면 Zara의 총매장 면적은 약 2% 감소했음에도, 매출은 8%가량 증가했다.
Zara가 일부 매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끊김 없이 연결한 옴니채널 전략 덕분이다.
앞서 언급한 통합 재고 시스템(SINT)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재고를 하나로 묶어 운영한다.따라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매장 재고로 처리할 수 있고, 매장에서 품절된 상품은 온라인 물류센터의 재고로 즉시 대체된다.
이로써 고객은 어떤 채널에서든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시점에 구매할 수 있다. 나 역시 Zara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매장에서 반품하거나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갑자기 주말에 잡힌 약속에 빨간 코트에 매칭할 그레이니트, 배기팬츠에 코디할 스틸레토가 필요할 때가 생긴다. 그럴 때 집으로 배송을 받기 보다 매장을 방문하면 수령 기간이 훨씬 짧아지고, 주말 약속에 상상 속 내 모습 그대로 나타나는 것에 성공하게 된다.
이렇듯, Zara 는 여러 카테고리의 상품을 온라인-오프라인 경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판매하며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효율화 관점에서 역시 판매 채널별로 별도 재고를 쌓지 않도록 해주어 재고 회전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결국 Zara 는 ‘확장’이라는 과제를 물류 효율화를 통해 지탱하고 있다. Zara의 진짜 경쟁력은 유행을 읽는 감각이 아니라, 그 유행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트렌드는 누구나 복제할 수 있지만, 그 트렌드를 이토록 효율적으로 굴리는 구조는 복제하기 어렵다. 패션의 언어와 비즈니스 논리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