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탑이 보이는 신호등 앞에서 회색 후드티에 진한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 하나를 들고선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다.
마치 아침을 맞이한 이슬 가득한 숲의 중심에서
토독, 토독 뛰어다니는 사슴을 기다리는 사냥꾼의 눈과 같았다.
카메라 뒤로 보이는 사내의 얼굴 중 왼쪽 눈은 살포시 감고 있었고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은 카메라 렌즈 속에 담아내고 있었다.
움직이는 사슴을 잡는 사냥꾼의 서리의 호흡처럼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성도 사냥꾼의 호흡을 뱉어냈다.
아직은 붉은 신호등에 도로 위의 차들만이 세상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 사람들은 멈춰서 있었다.
마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숲의 공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사슴의 모습과 같은
풍경이 횡단보도 위에 투영되었다.
신호등의 빨간불은 잠깐 멈췄다 초록불로 바뀌었다.
도로 위의 차들은 하나씩 멈춰 섰고 신호등 앞에 멈춰 섰던 사람들은 한 명씩 횡단보도를 걸어갔다.
'찰칵'
남성은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아래로 눌러 움직이는 세상을 담아내었다.
그의 움직임은 자신을 겨누고 있던 사냥꾼의 의지를 알아챈 사슴이
고개를 들어 멈춰 섰을 때 방아쇠에 당긴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탕'
카메라를 든 남성이 찍어낸 시계탑의 모습은 자신이 원하던 세상의 움직임을 담아내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초록불이 끝나기 전에 신호등을 건넜고 도로 위에는 차들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