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뒤엔 항상 노을이 지었어.

by 여설

진한 갈색 의자. 밝은 회색 의자다리.

진한 희색책상다리. 밝은 갈색 책상.


정겹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을 그때의 교실

내가 바라보던 나의 작은 공간은 이렇게나 상반된 색깔로 버무려졌지.


밝지만 빛나지 않는, 어둡지 않지만 진한 그런 색깔들은 나를 대신하여 나타내 주었지.


그렇게 원하지는 않았는데,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기 싫었는데.

이러한 모순적이고 추한 모습 따위 누가 본다면 좋아하는 이 하나 없을 텐데.


그렇게 작은 공간에 박혀 시간을 보냈었지.


첫 1시간은 시작으로 모두들 꾸벅거리는 한숨으로 들어왔지.

웃음도 있었던 것 같아 누군가는 슬프기도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통스러워했었던 것 같기도 했어.


그리고 엄청 나쁜 음질로 밝은 알람이 울렸지.


거기서 나오는 스피커는 이상하게도 벽의 색을 담아내고 있었어.

오래되어 벗겨지고 혹은 이상한 검은 선들이 그어진 벽의 색깔.


파란 유리세정제로 닦아내었던 그것들, 이름은 모를 오랜 검은선들이

한주마다 자신을 닦아내러 오는 자를 기다렸었지.


5분. 조용해진 복도에 울리는 몇 명의 구두소리.


우리보다 높고 나이도 많은 그들의 발소리들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쿵쿵거리네.


스윽하며 밀리는 문으로 들어온 이곳 모든 사람의 어른은

창밖을 응시하며 정 중앙으로 걸어갔지.


그래 마치 바람처럼 거대하면서 부드러운 그것처럼.


그 후 10분 자유 아닌 자유 속에서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갔지.


해가 떠있지만 어른이 걸었던 복도는 우리들이 가득 있지 않는 이상

차갑기만 하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온도였어.


50분. 1시간 같은 50분은 그래. 힘들었지.


누군가는 싸우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며 처절한 울음을 내보이기도 했어.

침묵 속에서 이어진 혹은 강한 목소리로 울리는 전장에서 우리들은 숨을 죽였지.


다시 10분. 자유를 얻었지.


흐린 하늘 해를 가린 구름이 바람에 따라 있던 곳으로 돌아갔었지.

다시 바람 따라올 텐데 그게 뭐라고 안심이 되었을까.


반복, 반복, 반복.


복도와 나의 작은 공간에는 그늘만 가득했던 시간 속에서 빛의 눈이 내려왔지.

하얀 손은 피가 흐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희였어.


그때 처음 알았지 그런 색은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을 말이야.


내게 주었던 손마디는 시원했어. 또한 작은 손바닥은 따뜻했어.

너는 반대로 말했던 거 기억날까?


그때 알았지 나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야.


많은 시간이 흘렀지. 침묵의 전쟁도 이어졌고 넓은 하늘도 중간마다 껴있었어.

그중 정말 좋았던 시간은 너가 나를 바라봐줄 때였어.

아니 나를 응시하지 않았지만 너와 마주 보는 그때가

내게는 어떠한 것보다 거대한 조각으로 남아있어.


작아진 지우개만큼 동그런 너의 눈동자.

그 위에 세워진 샤프심만큼이나 얇은 속눈썹.


두꺼운 책의 중앙이 그어진 정수리.

책냄새만큼이나 좋은 검은 머리칼.


스윽, 스윽, 스윽

뭘 쓰는지 보이지 않았어.


너의 뒤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으니까.


10시 10분.


노을이 지지 않는 시간에서 어떻게 그런 색깔을 가지고 있었는지 지금도 신기하네.


오늘의 10시 10분.


비어있는 교실에 들어오는 햇살은 너가 있던 작은 자리에 내려앉네.


하얀 꽃하나가 마치 손을 포개어 놓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네.


너의 생각이나 하나 놓아본다. 이제는 두 팔 포개어 잠들기 바란다.


진한 갈색 의자. 밝은 회색 의자다리.

진한 희색책상다리. 밝은 갈색 책상. 흰꽃 두 송이.


너는 항상 노을을 등지고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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