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그냥 씻고 자야지.

by 여설

"달 정말 크다."


호수를 가진 근처 공원에 작은 경사로를 올라가면 앉을 수 있는 벤치하나가 놓였다.


나무를 등지고 있는 어두운 벤치는 앞에도 나무들이 자라 있었다.


왜 이곳으로 왔을까.


그냥 집에 가서 뜨거운 물로 씻고 두꺼운 이불 안으로 몸을 말아 넣으면

전부 해결될 마음인데 이곳으로 와버렸다.


이 두 다리는 내 머리에서 보내는 신호와 다르게 움직이는 건가?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어디 저 멀리서 온 외계인일까?


헛소리가 머릿속에서 가득 올라오니 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운 겨울밤 냄새 중간에 비릿한 물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저 호수에는 검은색의 거대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이름 모를 거대한 물고기들.


먹이를 주지 말라고 주변에 붙여놔도

중간에 나있는 다리를 건널 때면 물고기들이 주변으로 몰려온다.


징그럽다.


수평으로 헤엄치던 녀석들은 애매하게 머리를 위로 꼬리지느러미를 아래로 내리며 뻐금거리고 있다.


한번, 퐁.

두 번, 퐁.


먹이를 던져 일어나는 방울이 아니다.

그 검은 입에서 나온 공기였다.


바람에 섞여 풍겨오는 비릿함은 분명 그런 역겨운 것들의 냄새일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달이... 참 밝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오늘이 지나가 내일의 새벽이 오는 이 중간의 나는 어쩌란 말인가.

하루가 지나가면 비릿함이 사라질까?

하루가 지나가면 차가운 바람이 변할까?

하루가 지나가면 저 달은 어두워 질까?


왜 이곳에 왔을까.


그냥 평소처럼 아파도 안아 들어 집에 가면 되었는데.

마음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어도 그냥 들어가면 되었는데.

이유 없는 눈물이 턱끝까지 와 얼굴이 구겨져도 그냥 들어가면 되었는데.

목구멍 안에서 뾰족한 돌덩이가 마구잡이로 굴러가도 그냥 들어가면 되었는데.


왜 쓸데없이 이곳에 와 이러고 있는 건가.


부질없다. 의미 없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달이 참 밝네."


하루가 지나도 비릿함은 그대로였고 바람도 여전히 차가웠다.

달 또한 여전히 밝았다.

나 또한 그대로였다.


아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이 앞의 나도 그대로 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냥 집에 돌아가 깨끗이 씻고 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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