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놓은 뒤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린다. 아파트 단지가 곳곳에 보인다. 창문을 닫을까 하다가 이내 그냥 열어놓은 상태로 있기로 하자! 창문을 닫는 것과 닫지 않는 것은 내게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무심코 의자에 앉아서 있다가 이내 벌떡 일어난다. 그러다가 다시 앉는다. 서성인다. 골방을 서성이다가 창문을 괜히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언제나 그렇듯 - 책을 펼치고 사전을 펼친다. 이러한 행위의 반복 중에 어떤 사람에 연락을 받았다. 상대는 어머니였다. 나는 형식적으로 상대를 대했고 상대는 머지않아 이 곳으로 도달을 할 수 있다고 사실을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한바탕 광풍이 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머니가 누옥 근방에 도착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마중을 했다. 상대의 짐을 들어줬다. 상대는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지만 말은 많았다. 상대는 지쳤다는 표현을 여지없이 했으나 말은 지속적으로 했다. 나는 피곤하지는 않았고 여전히 형식적으로 응수만 헀다. 상대는 골방에 입장을 하자마자 잔소리를 쏟아냈다. 나는 익숙했다. 상대는 괴로운 것 같았고 나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수 외에는 상책이 없었다.
다양한 방식에 의한 질타가 시작되었다. 우선 일종의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에는 마치 전운이 감도는 것 같은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는다. 상대방은 총기를 쥐고 내가 표적이 된 것 마냥 나를 겨냥하며 격발을 거리낌없이 하는데 나는 그러한 순간에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혹은 표적 - 상대방이 영점을 맞추기에 적합한 표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러한 순간이 도래하면 말이다.
비교적 진지한 이야기가 끝이 나면 나는 긴장도 동시에 풀린다. 상대방은 준비해서 떠날 채비를 한다. 보통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에 속한다. 상대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해내지만 나는 고개를 떨구고 상대방이 했던 표현들을 곱씹는 것이 일종의 습관이 되었다. 마치 상대방이 탄환을 격발하면 내 입으로 직격탄으로 들어와서 위까지 닿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일종의 느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떠났다. 종적만 그저 남아있었다.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회고한다. 금일은 어떤 일이 지나갔는지에 관하여 재차 생각을 하기도 한다. 허기진 상태이나 무언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두통은 극심했으나 타인의 노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 나는 탄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