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생활관에 무탈하게 안착했다.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고리타분한 일상의 연속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떤 인간도 내가 행한 행위에 대하여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본인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당시의 기행을 떠올리며 줄곧 내적으로 느껴지는 만족감을 느껴지고 있었다. 이후 재차 때가 도래했다.
또 다시 당직의 근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곁에는 저번의 경우와 다르게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쾌활하고 명랑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은 달랐다. 이번에는 엄준하고 인상이 험악한 축에 속하는 간부와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내 곁에 있었던 간부에 관한 병사들의 평판이 좋지는 않았다. 즉 평가가 호인이 아닌 축에 속했다.
언제나 그렇듯 새벽이 도래했다. 간부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상대는 눈을 감고 있었고 다리를 걸상 위에 올린 상태로 뻗고 있었다. 나름 편안한 자세처럼 보였다. 병사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휴대폰이 보이지는 않았다.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파구가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이내 걸상의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던 휴대폰을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시 이전부터 꿈틀거리는 느낌을 그제서야 느끼고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치닫고 있는 것 같았다. 무언가 치밀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의자에서 저번처럼 벌떡 일어나서 거칠게 좁은 공간을 누비고 있었다. 활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리고 결국 또 다시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상대방은 일어나려는 기척이 없었다. 나는 손에 쥔 상태로 또 다시 재빠르게 병사에게 주어진 자리에 착석을 했다. 저번처럼 형광등이 발광하고 있었는데 거무스름한 부분이 좀 보이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후의 행위들은 저번과 동일한 축에 속했다.
아침이 도래했다. 자리를 뜨고 싶었다. 휴대폰은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간부는 화들짝 놀라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는 간부의 언행에 개의치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간부는 두리번거리면서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었다. 나는 상대의 동태를 살피면서 동시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상대는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행위가 전혀 나 자신과 연관이 없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이후 머지않아 행정보급관이 출근을 했다. 당직의 근무를 수행했던 간부와 회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경례는 아까 형식적으로 건넨 것이 전부였다. 이어서 중대장이 출근을 했고 잠시 머무르더니 이내 중대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정말로 이 곳에서 스러지고 싶었다. 병사들이 하나 그리고 둘 하품을 하면서 등장하고 있었다. 간부들이 병사들을 나무라고 있었다. 병사들은 개의치않으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표정에서 이미 저들의 기분이 출근 직후 상했다는 사실이 역력했다.
나는 병사들과 의미가 없는 잡담 이후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생활관으로 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어깨를 배후에서 잡은 인간이 있었다. 누군가 나의 한 쪽 어깨를 잡았다. 굵직한 감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누군지 몰랐다. 순간 관례를 어긴다는 사실을 간과함과 동시에 나는 배후를 즉시 바라보지 않았다. 순간 떨림이 있었다. 나는 무언가 불안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나름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인간에 불과했다. 나는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순간에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배후의 어떤 인간이 나의 어깨를 잡았는지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후 관등성명을 외치고 뒤돌아서 바라보니 간부였다. 어떤 간부? 나와 밤샘을 같이 했었던 간부였다. 상대는 간밤부터 있었던 모든 일을 간파하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그랬다. 나는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나는 이 곳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지만 관등성명을 상대방을 바라보며 외치고 있었다. 나는 벗어나야만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는 상대방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상대방의 손을쳐낼 수 없었다. 나는 상대방이 내 어깨 위의 손을 치워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나는 즉각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젖었을 때 눈 앞에는 중대장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저 부딪히려는 위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뿔싸! 아마도 중대장은 지휘통제실에 갔다가 온 것 같았다. 나는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배후에는 간부가 있었고 전면에도 간부가 있었다. 배후의 간부 뒤에는 병사들이 있고 병사들 근처에는 행정보급관이 앉아서 있었는데 행정보급관 특유의 간특한 웃음의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킬킬거리는 노인의 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더 혐오스러웠다. 내 어깨 위의 손이 치워졌으나 나는 내 앞의 중대장을 치워낼 수 없었다. 중대장은 잠시 나를 가로막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더니 이내 문턱에서 천천히 아주 느리게 비키고 있었다. 나는 경례를 건네고 간신히 생활관으로 안착을 할 수 있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후임 병사들이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지니지 않았고 나도 그들에게 시선을 던지지 않은 채로 화장실로 직행 이후 세면대에서 세면세족을 실시하고 곧바로 생활관의 딱딱한 침상에 신체를 집어던지고 있었다. 무언가 불쾌한 소음이 들리는 것 같아서 이불도 뒤집어서 쓰고 있었다. 그럴만한 계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