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by 고대현

불쾌한 소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고 추정을 했는데 사실이었다. 생활관에 있던 병사들은 출근해서 현재 시점에서는 생활관에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생활관의 문을 조심스럽지는 않게 열었는데 나는 그러한 소리를 군용 침낭을 뒤집어 쓴 상태에서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 다시 엄습하는 불안감은 나를 감싸고 있었다. 군화를 착용한 인간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상대가 후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나의 침낭을 거칠게 내 신체와 분리를 시키는 존재는 후임이 할 수 있는 행위는 아니었다. 즉 상대는 간부였다. 나는 침낭이 벗겨진 상태로 있었다. 나는 당직 이후 침상에 편하게 누워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여 있던 것이다.

어떠한 병사도 없는 드넓은 연병장에 어떤 병사가 완전군장의 상태로 총기를 휴대하고 고개는 땅에 떨군 상태로 뛰지는 않았지만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사열대 한가운데에는 근엄한 자태로 병사를 주시하는 인간이 있었다. 나는 그러한 인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여전히 걷고 또 걸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짓누르는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날씨가 그나마 엄청나게 괴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처량하게 느껴졌다. 내가 행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러한 것일까? 나는 여전히 걸었고 또 걸었다. 상념에 잠긴 상태로 걸었다. 자문을 하다가 답을 찾지 못한 상태로 또 다시 걷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열대의 간부는 아까와 다르지 않게 나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침상에 신체를 던지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깨 위의 군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열대에 있던 간부는 이전과 다른 언행으로 내게 온화함을 어필하고 있었다. 나는 상대를 증오하지는 않았지만 아량에 감탄하며 생활관으로 터벅터벅 걸음으로 무사히 안착을 할 수 있었다. 아침에 뛰쳐나갔던 병사들이 현재는 생활관에서 나를 의아한 표정이나 몸짓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후임들 앞에서 조롱거리가 된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굳이 시선을 던지지 않았고 그들도 내게 별다른 언행을 행하지는 않았다. 나는 어떠한 인간도 주변에 없는 것과 같이 신체를 거칠에 군용의 침상에 내다던졌고 직후 깊은 잠에 빠질 수 밖에는 없었다. 연병장을 힘겹게 도는 순간에 수그러들었던 악의가 잠에 빠지면서 혹은 잠으로부터 치밀어오르는 것 같은 주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추후 이러한 수치를 만회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자 시선을 달리하려고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명일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경위서를 작성해서 행정보급관 그리고 중대장에게 각기 제출을 했다. 하나만 작성해서 둘이 각자 시간을 할애하여 보면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상대측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총합 두 장을 작성해서 제출을 했다. 똑같은 내용으로 두 번이나 작성을 했다는 점이 불쾌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이 흘러 말년의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비교적 병사들은 가소롭게 보였고 간부는 만만하게 보였다. 시나브로 방종함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수류탄이 폭발하듯 내재되어 있던 욕구의 고삐가 풀렸을 때 나는 또 다시 특정 행위를 감행할 수 밖에는 없었다.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전과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지만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서 그저 행위를 했다.

어느 날 오전, 일과가 시작되었다. 생활관은 텅텅 비었다. 생활관에서 내가 가장 마지막에 나와서 출근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뚜렷했다.

정확하게 1시간 이후, 나는 생활관에 도착을 했다. 이 곳에는 현재 어떠한 병사도 없었다. 간부도 당연히 없었다. 나는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시도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리모컨을 찾았다. 생활관으로부터 밖으로 통하는 창문을 닫았다. 생활관의 문을 잠갔다. 생활관을 바라볼 수 있는 정사각형의 창이 문에 존재하는데 종이 따위로 가리려다가 이내 포기를 했다. 오히려 가려버리면 더욱 오해를 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어떤 후임의 침상에 걸터서 앉은 채로 리모컨을 분주하게 놀리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렸다. 현재는 일과 시간에 속했으나 나는 일탈을 행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성인용 영화를 검색해서 시청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정사의 장면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것은 꽤 만족스러웠다.

보라! 현재 본인을 제외한 다른 병사들은 당직 이후 취침을 하는 병사들이나 휴가자들 제외하면 전부 주어진 각기의 임무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말년 병장! 현재 뭐하고 있을까? 나는 일탈하고 있습니다! 나는 즐기고 있었다. 나는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업무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나는 구속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예속되어 있지 않았다. 황홀했다. 순간 행복했다. 즐거웠다. 만족스러웠다. 괜찮았다. 썩 좋았다! 나는 정사의 장면에 더욱 더 집중하고 있었다. 브라운관의 소리는 생활관 내에서 더욱 더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문득 낌새를 느꼈다. 배후를 보니까 정사각형의 창문 너머 반대편에서 어떤 중년의 남성이 뚫어지게 브라운관을 보고 있었다. 상대도 정사의 장면에 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니까 상대방은 인간과 정사의 장면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리모컨을 즉시 던져버렸는데 침상인지 바닥인지 어디다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문 밖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창문 앞쪽으로 뛰어가서 단속을 했었던 창문을 벌컥 연 뒤에 창문을 너머 뛰어넘었다.

창문 뒤편은, 부대 뒤편으로 속하는데 별다른 시설물은 없으나 주로 병사나 간부가 흡연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때로는 잡담을 나누는 장소로 분류되기도 하는 곳이었다. 즉 나는 그러한 장소를 향해서 창문을 넘은 것인데 아뿔싸! 하필 군수과 간부 두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종이컵에 담겨진 커피가 있는 것 같았는데 찰나의 순간에 나는 그러한 사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창문을 넘어서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그들의 귓전에 울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순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있다가 잠깐 시간이 흐른 사이에 그들의 반응은 달라지고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얼떨결에 경례를 했으며 그들은 내가 어떤 병사인지 알아차리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고 생활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돌아서 나온 간부가 나를 연행하고 있었고 나는 또 다시 자유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무언가 내가 부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고 나는 연행을 당하면서 신체에 긴장이 풀려서 힘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직후 나는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앞에 끌려올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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