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렀다. 군복을 벗었다. 민간인의 신분이 되었다. 예비군과 민방위가 남았다. 사회라는 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는 달리 수단이 없었다. 나는 가난한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알바의 시초는 고깃집부터 시작을 했다. 어느 이벤트 회사에서 근무도 경험을 했다. 이어서 마트를 거쳤다. 바야흐로 평범한 노래방에서 근무를 하던 순간에 과거에 저질렀었던 만행이 또 다시 재현되려는 순간이었다.
일반적인 노래방의 카운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짝을 지어서 입장했다. 저들은 본인과 동일한 성별에 속했다. 비교적 가볍게 노래를 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 같았다. 어쨌든 저들이 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본인과 무관했다. 나는 형식적으로 안내를 했고 어느 비어있는 공간에 저들을 밀어넣고 나는 또 다시 카운터로 터벅터벅 걸으면서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권태로움에 휩싸이고 있었다. 여태까지 많은 직종들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회고하고 있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아까 그 손님들은 즉 학생들은 그다지 오랜 시간을 머무르지는 않았다. 그들은 방에서 나온 이후 매장 밖으로 나갔고 나는 형식적으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배후를 바라봄과 동시에 손에는 방을 청소를 할 수 있는 물건들을 쥐고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학생들이 머물렀던 방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익숙한 방식으로 대충 청소를 하는 와중에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지갑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갑이 맞았다. 나는 지갑을 바라보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지갑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신분증 따위 그리고 지폐가 몇 장 있었다. 방을 나가기 이전에 카운터에 지갑을 던져놓고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서 청소를 하려고 생각을 했다.
방의 문을 열기 직전에 또 다시 상념에 잠겼다. 일종의 망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당시 그렇게 생각을 했다. 어떤 특정 물건이 주인에게 멀어지면 즉 인간에게 멀어지면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비합리적인 생각을 했고 나는 그러한 생각이 진리라고 믿었으며 나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었다. 일종의 궤변이었다. 그러나 나는 궤변을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제서야 방문을 나섰다. 직후 카운터로 향했다.
얼마 뒤, 낯이 익은 교복을 착용한 학생 한 명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자기가 놓고 간 것 같은 물건이 있는 것 같다고 - 나는 당신의 사정을 이해했으므로 당신이 머물렀던 방에 가서 찾아보라고 권고를 했다. 상대방은 즉시 행동으로 이행했고 당연하게도 성과는 없었다. 그리고 내게 질문을 던졌다. 자기의 몫인 지갑을 본 적이 없냐고 - 나는 결코 지갑은 청소하면서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지갑을 발견했더라면 카운터 근처에 눈에 띄는 곳에 분실물을 놓는데 이번의 경우는 없었다고 표현을 했다. 상대방은 나의 발언이 미심쩍게 느껴졌는지 입구 근처에서 서성이며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물리적인 신체의 우월함에서 동성이라고 하더라도 비교적 밀리는 상태에 놓여있는 상대였기에 학생은 하릴없이 그 곳을 벗어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문을 열고 매장의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야에서 학생이 사라졌다. 즉각 나는 지갑을 매만지고 있었다. 나는 꽤 만족스러웠다. 간특하게 웃고 있었는데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성과였다. 이것은 나의 몫이었다. 이것은 내가 쟁취한 것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나의 전리품이다. 이것을 취할 수 있게 만든 나의 행위가 진리였다. 바로 이 쾌감이었다. 바로 이 느낌이었다. 바로 이 만족감이었다. 바로 이 현상이었다. 바로 이 사실이었다. 바로 이게 나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야밤이었다. 나는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대가 아니었는데 노래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택시를 탑승했다. 나를 손님으로 여기는 인간은 유쾌한 편에 속해서 말이 비교적 많았다.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대방이 말이 많아서 불쾌했지만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후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입장을 했다. 사장이 있었다. 학생의 보호자로 보이는 인간도 있었다. 나는 실질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서야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앞뒤없이 무릎을 꿇으려고 했으나 보호자가 제지를 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학생의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었다. 학생은 영특하게 보였다. 나지막하게 웃고 있었는데 킬킬거리는 웃음을 전부 감추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았다. 나는 반성과 동시에 증오심이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보호자는 내게 설교를 했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사장이 같이 고개를 숙였다. 보호자가 떠났다. 학생이 떠났다. 사장은 남았다. 나도 남았다. 사장의 설교가 시작이 되었다. 나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후 사장이 떠났다. 나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이 매장을 떠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잃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으나 일부분을 잃었다. 무언가 떨어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수 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선한 축에 속하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과거에는 인간에게 관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도 저질렀으나 시간이 흐르고 그런 것도 의미가 사라졌다. 대신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인간을 멀리하고 특정 사물을 가까이 하는 취미가 생겼는데 나는 그러한 순간부터 책을 읽기 시작을 했다. 당시 기거하던 셋방에서 가장 인접한 위치에 의해서 나의 반성은 아주 느리고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 나를 인도하는 존재는 인간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라는 사실 또한 뒤늦게 알았다. 바야흐로 변화와 함께 반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