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누옥에서 한탄을 하면서 운명을 저주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휴대폰에 시선을 던졌을 때 새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나름대로 내 기준에서 난점은 상대는 평소에 골자로만 표현을 하는 축에 속해서 내가 통화하는 순간에 되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상대는 아마도 자기의 표현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질타를 한다. 이후 피로감을 덜기 위해서 즉시 이해했다는 표현으로 답변을 드리고 나는 누옥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잠시 누옥에서 나오라는 통화의 내용이었다.
대문을 박차고 나간 뒤에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나는 인파에 부자연스럽게 섞였다. 언제나 인간들과 섞인다는 사실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와중에 새아버지가 차량을 거칠게 몰고 직진하면서 찰나의 순간에 창문 밖으로 담배의 꽁초를 내던지고 창문 밖으로 손짓을 했는데 아마도 내게 건너오라는 손짓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도로가 있고 차량이 있고 인간이 있고 나와 새아버지 사이에 거리감도 있었다. 나는 평소에 무단횡단을 상대적으로 하지 않는 편에 속해서 교통의 법규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 새 성격이 급한 상대방은 운전석을 박차고 나와서 내게 건네줘야 하는 물건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차량이 비교적 없는 순간에 무단횡단을 감행하고자 했는데 마침 신호가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물건을 수령할 수 있었다.
누옥에 도착 이후 진땀을 뺀 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새아버지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어찌나 곤혹을 치르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현상 또한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생각을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