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by 고대현

정면 그리고 후방을 포함한 좌측과 우측까지도 벽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어리둥절했다. 내가 왜 이곳에 있을까? 즉시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제서야 어떤 인간이 보였다. 그는 비록 멀리 있지 않았지만 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와 상관이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을 했으며 나만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도 걸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말도 걸지 않았다. 인간은 관심 밖이었고 출구 자체에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비교적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던 어떤 인간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애써 모른체 하고 있었다.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을 했다.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나에게 대뜸 삿대질을 시전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좌우를 살피는 시늉을 지속적으로 했고 실제로 살피기도 했다. 그는 분개하여 나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그를 여전히 쳐다보지 않으며 좌우를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후방을 보려고 노력을 애써 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이내 멱살을 놓고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옷깃을 다듬고 여전히 벽을 짚고 있었다. 주저앉은 인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이 곳에 있게 된 실질적인 원인은 나라는 인간 때문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무시를 하고 싶었지만 파고드는 감각을 전적으로 무시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벽을 두드리고 있었고 서서히 어깨가 위축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상대방은 여전히 주저앉은 상태로 있다가 이내 벌러덩 드러눕고 말았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져 있지만 하늘은 허허벌판으로 뚫려져 있었다. 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비를 내리는 애석한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비를 내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드러누워 있던 인간은 빗물을 그저 맞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를 밟고 시기도 했지만 또 다시 휘말릴 것 같은 잡념에 시달리면서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출구가 있을 것 같은 벽을 지속적으로 더듬고 있었다. 그러나 진전은 없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물에 갇힌 개구리가 된 신세였다. 비와 어둠은 지속적으로 깔리고 있었다. 나도 주저앉고 싶었고 나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상대방과 똑같은 행위를 한다는 혐오감이 앞서서 여전히 벽을 더듬고 있었다. 여전히 진전은 없었다. 이 곳은 어디일까? 나는 왜 이 곳에 있는 것일까? 이전에는 어디에서 있었을까? 언제부터 길을 잃어서 이 곳에 위치하게 된 것일까?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잠잠했던 내 곁에 있는 불평론자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은 순간 -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오다가 이내 생각이 바뀐 듯 구석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야 나는 그와 대화를 하고 싶은 심정에 그에게 다가갔으나 그는 나를 무시했고 그 순간 이후로 그는 나에게 절대로 어떠한 대화나 어떠한 행위도 시전하지 않았다. 이어 나도 그렇게 했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것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갇혀있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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