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꽤 어두웠으나 가로등이 드문드문 어둠을 걷어내고 있었다. 비교적 음산한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손에는 작고 낡은 가죽으로 이루어진 가방이 있었다.
무언가 갑작스럽게 정면에서 약간 틀어진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으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어둠 속에서 밝은 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상대측은 나를 몰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그 곳에 있는 것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인간이거나 작거나 큰 짐승 따위라고 생각을 했다.
나의 시야에도 어둠이 걷히고 난 뒤, 상대방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은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의 복장은 꽤 초라했다. 나도 초췌한 편에 속했지만 상대방은 한술 더 뜨고 있었다.
상대방이 말했다. [형씨- 어디 가시는 길이오?] - 나는 굳이 대답을 하지 않고 관찰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기대했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즉시 뒤돌아서 걸어가더니 이내 뛰어가고 있었다. 나는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여전히 지켜보고 있었다. 펄럭이는 옷깃이 나하고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았다.
조금씩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후 내가 가고 있는 방향 반대편에서 경찰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한 대가 나를 지나쳐서 아까 내가 의도치않게 머물렀던 곳에서 멈추는 것을 나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그 인간이 생각이 났지만 아무래도 무관한 인간을 괜히 연관시켜서 잡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는 내 갈길을 가고 있었다.
이후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순간 어떤 상념이 스쳐지나 가면서 뜨악했고 뒤를 돌아보니까 제복을 입은 인간 두 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어둠에 절반 정도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괜히 낡은 가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스쳐서 지나갔던 인간이 떠오르는 이유를 나는 전혀 모르겠다. 어둠이 걷히자 경찰 두 명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현실이었고, 나는 논리정연하게 내 입장을 밝힐 수 없었다. 그들은 내 앞에서 난색을 표했다. 나는 귀찮음을 느꼈다. 아마도 지금 쯤이면, 아까 그 낯선 사람은 멀리 저 멀리 벗어났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