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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와 친구들

by 고대현

내가 있는 곳은 시골인지 도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내 곁에는 이성이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안면이 있는 사이다. 고등학교 동급생인데 나는 그들과 굳이 회화를 하지는 않았다. 그들도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 다른 인간이 등장했다. 자세히 보니까 친부였다. 정황은 이러한 것 같았다. 내가 나의 친구들을 아버지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던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하게 소개를 했다. 이들이 나의 친구들이라고 소개를 했다. 아버지는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성격 자체가 활발하고 명랑한 축에 속하는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공간이 이동되었다. 작별의 시간이 도래한 것 같았다. 나의 친구들은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는 어디론가 달음박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가서 보니까 아버지가 저들의 교통비를 대신해서 결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모습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 친구들도 절대적으로 감사의 표현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을 하지는 않은 채로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결제를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간은 아버지 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기억은 스러지고 있었고 나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더라도 나의 기억은 이 시점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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