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낮 14시 전후로 어머니를 A은행 근처에서 대면을 했었다.
평상시 복장이었다면 하의는 청바지가 아닌 다른 편안한 복장을 입고 나갔을텐데 평소 하의와 다르게 청바지를 입고 어머니를 대면했었다. 스스로 복장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고 어머니의 권고에 따르기로 했었다. 본인이 보다 덜 피곤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은행에 도착하여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넨 직후 은행에 입장을 했었다. 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종이를 쥐고 있었다. 지속해서 무턱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권태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교도소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그러한 장소에서 자유를 박탈을 당한 인간들이 느끼는 느낌이 이럴까 싶었다.
더더욱 지루했기에 실내의 시계를 바라보기도 하고 실내에 비치된 정수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입구에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시도 하고 입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보안의 근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위한 좁아터진 테이블과 좌석도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의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었다. 두 명 정도의 직원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번갈아가며 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두커니 허공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줄만 알았는데 광고판 그리고 브라운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것 같은 부분은 나의 신체를 건드리며 정보가 기재된 사물을 가리켜 삿대질을 하기도 했는데 나도 삿대질의 대상을 봤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는 하등 없었다고 느꼈었다! 상대방에게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아서 침묵으로 응수했었다.
이후 기계음으로 번호가 울렸었다. 나의 어머니는 재차 나의 신체를 건드렸었는데 나는 개의치않고 공공연하게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직원 앞에 마련된 좌석에 착석을 했었다. 직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었다. 상대방은 상체의 일부만 내 시야에서 볼 수 있었는데 비교적 편안한 옷차림으로 응대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은 본인과 연관이 없지만 말이다.
시간이 약간 흘렀다. 우리는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 지 몰랐는데 순간 현재 내가 왜 이 곳에 앉아서 있는지 깨닫고 상대방에게 이유를 밝혔고 상대방은 분주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어서 상대방은 내게 특정 부분을 요구했고 나는 태연하게 응수를 했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정면을 바라보진 않았고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광고판을 보다가 주의사항 따위도 살펴보기도 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순간에 침묵이 사라지고 상대가 질문을 했는데 나는 길게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하나의 단어로 대꾸만 했고 대화는 그렇게 끝났었다.
이후 나의 요구는 상대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나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나는 최우선으로 어머니에게 먼저 다가갔고 어머니는 문을 향해서 다가갔고 우리는 바깥을 향해서 같이 다가갔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나는 약간의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귀찮았던 하나의 일이 해결되어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