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난삽하다

우천

by 고대현

금일 저녁에 마트를 방문했다. 지갑이 얇았기에 결제 이후 종량제 봉투에 물건을 담은 뒤에도 봉투 내부의 공간이 넉넉했다. 그래도 가벼워서 좋다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셋방이 위치한 방향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자율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곳 근처에서 낯선 중년의 여성을 마주했다. 상대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세련된 자태의 상대는 낯이 익은 사람이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사람이 어머니의 친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상대방은 비교적 나보다 말이 많은 편에 속했고 이것저것 질문을 내게 던졌다.

솔직히 나는 피곤한 상태였다. 공원 산책 이후 마트를 방문했기에 에너지가 충분히 소비된 상태에서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대화를 능숙하게 이어갔다. 나는 시선을 많이 돌렸다. 언제나 나이를 불문하고 이성을 대하는 것은 거북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이 많아서 생각을 하고 답을 내려 전달하고는 싶은데 비교적 상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의로 시선을 피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대화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체를 상대의 위치로부터 멀리 향했다. 상대도 낌새를 알아차리고 헤어지기 직전에 나의 연락처를 요구했는데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벗어날 수 있다는 일념 하에 건네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아무리 생각을 하더라도 나를 아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경우는 언제나 신기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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