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by 고대현

어느 순간,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는다. 요구하지도 않는다. 원하지도 않는다. 달라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일종의 체념, 나는 그러한 시선을 에민한 감각으로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당장 달라질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저항은 걷잡을 수 없이 부피가 커졌고 이제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았다. 아마도 상대방도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닐까? 그래서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언제나 속삭이면서 내가 다가가면 목소리를 낯추는 정도가 아니라 침묵으로 나의 관심을 멀리 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로부터 시선을 거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또 다시 그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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