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상 공기가 답답했다고 느낀 것 같았다. 즉흥적으로 어둠이 깔린 순간에 밖으로 향했다. 주변은 고요했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쥐들이 잽싸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본인과는 무관했다. 마물들을 헤치고 겉을 지속적으로 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실내에 위치를 할 수 있었다.
그저 쾌적한 공기가 필요했다. 창문을 열었다. 흠칫 놀라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도마뱀이 애처롭게 방충망에 매달려 있었다. 본인이 놀란 대가로 아무런 죗값도 없는 생명체에게 목숨을 앗아갈 권리가 본인에게는 전혀 없겠지만 행위는 이미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도마뱀은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나는 애써 생명체를 경시했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행위를 시전하다가 작은 소음에 고개를 돌리니까 방충망을 뚫고 복수를 위해서 내가 있는 방으로 도마뱀이 입장을 했다. 인간의 관점에서, 그러니까 철저하게 내가 판단하기에 도마뱀은 나에게 복수를 하려고 들어온 것 같았다. 도마뱀은 설령 선량한 의도로 접근을 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화해를 원했던 것일까? 그러나 나는 순간 의도를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나는 내가 입고 있던 상의와 하의를 벗어던졌다. 아까보다 날씨가 덥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서 신체를 단련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이 짙은 새벽, 공기는 여전히 텁텁하게 느껴졌으나 나는 도마뱀과 일종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마뱀을 처치하기 위하여 나는 일단 액체형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이후 무거운 책으로 도마뱀의 꼬리를 짓누르기를 시도하기도 했고 몸통 자체를 짓누르기도 했다. 그러나 도마뱀은 여전히 죽지 않았고 구석으로 피신을 시도했고 기어코 성공을 했다. 생각보다 끈질기게 느껴졌다.
뒤늦게 효과가 나타났다. 도마뱀은 온몸을 비틀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마도 스프레이의 영향인 것 같았다. 나는 도마뱀보다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마뱀은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는 듯 온몸을 뒤틀고 있었다. 과연 도마뱀을 죽일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었을까? 이미 도마뱀은 나하고 다를 것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나보다 먼저 죽는 것은 확실한 사실인 것 같았다.
비교적 잠잠해졌다. 도마뱀이 숨을 거둔 이후 아마도 위로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바퀴벌레와 나방이 출현을 했는데 나는 그러한 존재들도 모조리 스프레이를 사용하여 권리를 앗아갔다. 비교적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혼란스러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여전히 공기는 텁텁했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