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신을 가소롭게 생각했다. 신이 창조한 만물이 가소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이 가소롭게 보였다. 인간이 가소롭게 보였다. 짐승은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고 생명체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벌레는 눈에 띄는 대로 살충을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혼자다. 구성원마저 등을 돌렸다. 나한테 다가오는 사람을 나는 쳐냈다. 그러니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만족하기도 했지만 슬프기도 했다.
교만했고 거만했고 오만했고 경멸했고 업신여기고 깔보고 얕잡아보고 가소롭게도 보고 하찮게 여겼다. 신은 없다고 여겼고 신이 비워놓은 공석인 자리에 내가 자격도 없으면서 마치 그 자리에, 신의 권좌에 있는 것처럼 언행을 했고 내가 자리를 차지했다고 착각을 했고 만물을 내려다보는 습관이 있었고 나한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등신으로 취급을 했고 나한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동료로 취급을 했다.
자! 그러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다. 나는 웃는다. 왜 웃을까? 다시는 지난날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여생을 반성으로 보내야 마땅한 사람이 왜 그저 웃기만 할까. 웃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 왜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