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난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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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현

나는 도보로 길을 걸었다. 나의 시야에 노동자가 눈에 띄면 나는 노동자를 바라보고 웃었다. 노동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이라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 웃었다.

이후 한참 웃다가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전히 도보로 길을 걷고 있다. 아까 노동자의 잔상이 스치면서 나의 입장과 비교를 했다. 정작 상대는 노력하는 모습만 비추었다. 나는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비웃었다. 나는 비웃었다. 노동자를 바라보고.

이내 비웃었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까 형언할 수 없는 역겨움이 느껴졌다. 어쩌면 아까 그 상대가 나와 너무나도 닮아서 내가 웃은 것은 아닐까. 노력하는 모습은 닮았다고 할 수 없다. 입장 자체가 너무나도 닮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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