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무

by 고대현

어떤 여자를 대면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떤 여자를 대면하게 되었고 어떤 여자를 대면함으로 인하여 어떤 여자를 대면하게 될 수 밖에 없었으며 어떤 여자를 대면해서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는 않았는데 어떤 여자와 대화하기 이전에 어떤 남자와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어떤 남자와 대화를 힘겹게 끝내고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하려고 시도를 하다가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혹은 이전부터 깨달았기에 나는 기다렸고 시간이 흘렀고 시계를 괜히 쳐다봤고 주변에 인간들은 하나 그리고 둘 사라지고 있었고 이윽고 어떤 여자를 통해서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순간이 마련이 되었는데 어떤 여자는 어떤 여자와 멀리 떨어져있었고 (공간적인 개념으로 한정했을 때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어떤 여자에 의해서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나는 어떤 여자와 어떤 여자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잠깐 수행을 했으며 어떤 남자는 잠시동안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았고 혹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어떤 여자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어떤 여자가 대화를 재촉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여자와 대화를 할 수 없었으므로 어떤 여자와 대화하다가 어떤 여자와 어떤 여자를 대화하게끔 유도하기도 했고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도 했으며 상황상 혹은 뭐 정황상 어떤 여자와 어떤 여자가 대화가 끝나고 어떤 여자와 또 다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어떤 여자와 대화가 끝나고 난 이후 어떤 남자가 또 시야에 나타나서 비상계단이 있는 것 같은 곳으로 안내를 했고 상대는 나를 쫓아내듯이 내보내고 상대방은 시야에서 사라졌으며 어떤 남자도 어떤 여자도 서서히 멀어졌으며 나는 어떤 여자를 향해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다가갔는데 어떤 여자 곁에는 어떤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순간 망각하기도 했지만 어떤 여자의 부탁으로 얼굴을 알 수 없는 인간과 대화를 한 뒤 또 다시 어떤 여자와 어떤 남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어떤 여자와 어떤 여자와 어떤 남자와 어떤 남자와 대화가 끝났을 때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탈진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무언가 해결했다는 느낌에 안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은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나? 빌어먹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