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흉기에 찔리는 순간은 불쾌한 느낌이 느껴진다. 재차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회피하고자 했었던 그리고 망각하고 있었던 현실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애꿎은 사물을 매만지며 눈 앞에 있거나 혹은 없는 상대를 대한다.
찔리는 순간에는 침묵을 시전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본인은 되려 발악하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발악의 말로는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광기에 시달리는 것은 난 아직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흉기가 나의 신체에서 완전히 뽑혀져 나갔을 때 고통은 여전히 내 곁에서 아른거리며 남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 순간까지도 결코 상대방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옳은 지적을 하는 인간에게 내가 무엇을 주장할 수 있을까? 타인이 내게 고통을 선사한다면 나는 그러한 고통이 달콤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쓰다고 해서 뱉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다. 하지만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