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심과 동떨어져 있는 잔잔한 호수다. 어떠한 인간도 내 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짐승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꽤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모르는 생명체도 많다.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물결의 움직임은 고요하다. 그리고 꽤 만족스럽다.
최근에 어떤 인간이 접근하는 것을 나는 인지할 수 있었다. 어떤 인간은 홀로 와서 아주 가벼운 몸짓으로 아마도 선량한 의도로 그런 것 같은데, 내게 파동을 일으키고 이내 자리를 뜨고 있었다. 일렁거리는 나의 모습은 주체할 수 없이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는 눈을 감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