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我们的路’(10)
춘매 아버지가 저녁에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고, 예상한 그 노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까지 생각해 두었으나 그는 결국 오지 않았다.
춘매가 땔나무산까지 나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그녀의 부모가 알고 있을까? 춘매가 돌아간 뒤, 그 집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데,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다.
딸 아이는 지나칠 정도로 잘 논 탓에 저녁을 먹자마자 잠들었다. 아내는 아이를 안아 침대에 눕힌 뒤, 즉시 부엌으로 가서 큰 솥에 물을 가득 끓였다. 그 다음에는 말 한마디 없이 목욕용 큰 노란 나무통을 끌어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을 엄숙하고도 신성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살결이 맞닿게 되자 한없이 부끄러워했다. 류머티즘으로 인한 관절의 통증이 그녀의 손과 다리를 그리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게 했지만, 우리는 건장했다. 짧은 부끄러움과 탐색 후에, 우리는 그렇게 강렬하게 변했고, 그렇게 절박하고, 그렇게 힘이 넘쳤다. 내 몸 아래에서 황갈색의 파도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고통의 기초는 밀밭이었다. 그 밀밭이 갈라지고, 꺼져 내릴 때, 대지 전체가 모두 갈라지고, 내려 앉았다. 나와 그녀 모두 위기를 느꼈기에 죽을 힘을 다해 끌어안고, 움켜쥐고, 전율하면서 깊은 절망 속으로 침몰해 갔다.
이런 절망의 감각이 얼마나 좋은가! 훼손의 감각도 얼마나 좋은가! 그것들이 나의 뼈를 다시 빚어냈다. 내 뼈는 외지 타향에서 사람들에 의해 부러졌지만, 지금 나의 밀밭이 나를 위해 다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나는 밀 이삭의 향기를 맡았다. 벼 이삭의 향기, 개구리 울음소리의 향기, 그리고 햇살과 산들바람의 향기까지. 이 향기로운 맛들이 바로 나의 뼈였고, 나의 유일한 황금이었다……
아내의 땀에 젖은 머리칼이 어지럽게 내 가슴 위에 흩어져 있었다. 영혼과 육체의 비상은 그녀의 몸을 가볍게 채워주었고, 따뜻하면서도 청결하게 내게 밀착해 있었다.
이때는 그저 서로 어깨가 닿기만 해도, 손톱끼리 맞닿기만 해도, 신기하게도 나의 고독이 사라졌다.
숨이 조금 가라앉자 아내가 물었다.
“내 생각했었어?”
“생각하다 죽을 뻔 했다.”
“5년간이나, 광동에서 어떻게 버텼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는, 스스로 해결했어.”
아내가 벌거벗은 팔을 머리칼 사이에서 뻗어 나의 코를 꼬집었다.
“가여워라.” 그리고 다시 말했다.
“죄진 거 없어?”
“있어.” 내가 말했다.
아내가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머리카락 뒤에서 유유히 빛을 뿜었다.
한순간 침묵 후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을 탓하지 않을께. 5년, 실제로 짧지 않아.”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눌러서 그녀의 서늘한 콧등을 나의 가슴 위에 붙이고, 그녀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범한 잘못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나는 거리로 가서 ‘내의 쑈’를 본 적이 있어.”
아내는 무엇을 ‘내의 쑈’라 부르는 지 몰랐다. 그래서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도시사람들은 젊고 예쁜 여인에게 거리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사람들에게 각종 자세를 취하게 하며 보여준다.”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었다고?”
“여자가 입고 차는 물건들을 팔기 위해서야.”
“정말 얼굴이 필요없는 사람들인가 보네.”
그러는 아내의 말투에 일종의 묘한 선망이 담겨 있다.
“당신도 가서 봤어?”
“이미 말해주었잖아.”
“보기 좋았어?”
목소리가 시큼하게 들렸다.
“볼…만했지. 그날 속옷 쇼를 하던 곳이 우리 공사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가서 봤어. 둘러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허빙이라는 놈은 나무 위로 올라가서 봤어.”
아내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며 마치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는 듯 했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
“그때 한 번만 잘못한 거야?”
“아니, 또 한 번 있었어. 그때는 광고포스터를 보러 갔는데, 한 나이트클럽 문앞이었지. 그날 나이트클럽 안에 몇명의 여자가 공연하러 왔는 데, T팬티를 입고 춤을 춘다는 거야. 바깥 진열장에 걸린 포스터 사진엔 거의 나체였어. 우리가 밤 열두 시에 일을 끝내고 몰래 그 사진을 보러 갔는데, 진열장 안이 너무 어두워서 잘 안 보였어. 어떤 동료가 벽돌을 집어 들고 유리창을 깨버렸지. 결국 순경한테 잡힌 후 벌금을 냈어. 나는 재빨리 달아나서 잡히지 않았어.”
아내는 흐흐 웃으며 나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불쌍해… 또 잘못한 거 없어?”
“없어.”
“당신 동료들중에 하나도 없었어?”
“있기는 하지. 그들은 가로등 밑에서 여자를 찾지, 한번에 20위안”
“당신은 한 적 없어?”
“없어.”
“돈이 아까워서 그랬겠지?”
“……당신에게 미안한 짓 안하려는 게 더 중요했어”。
내 말은 나의 마음속 이야기였다. 아내는 나와 결혼하기 전에는 정말 예쁘고, 앳되고, 우아했다. 젖가슴은 작지만 실했고, 팔과 다리도 아주 풍만했다. 아내는 나와 결혼한 뒤부터 빠르게 늙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젊은 나이에 류머티즘에 걸린 것 말고는 흠잡을 데라곤 없었다. 아내는 충분히 집안 경제 형편이 보다 나은 남자와도 충분히 결혼할 수 있었지만,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모도 없는 가난뱅이인 나를 선택했다. 그녀는 나 정따바오가 교양이 있다고,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교양이 있을 거라고, 바로 그 점을 중시하고 나의 여자가 되었다……
어떤 마음에서인지, 아내는 다시 나에게 나의 동료 노동자들이 가로등 밑에서 여자를 찾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괴롭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작년 8월 어느 날 밤, 내 두 농민공 동료가 또 여자를 찾으러 갔고, 길가 어둠 속에서 마약에 중독된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많아야 열여덟 아홉살쯤 되어 보였고, 갸름한 얼굴에 큰 눈, 매우 예뻤고 옷차림도 매우 세련됐다 했다. 하지만 마약에 취했고 몸에 지닌 돈이 없었다.
나의 동료 둘은 그녀와 흥정한 뒤, 그녀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공터 경계로 끌고 가서, 그곳 울타리 벽 뒤에 있는 구멍에 그녀를 밀어 넣었고, 일을 마친 후, 그중 한 사람이 그녀에게 10위안을 던져주었다. 며칠 후 그들은 그 일을 득의양양해 하며 이야기했고, 나는 당시에 매우 역겨워서 구토할 뻔 했다.
아내는 내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매끌매끌한 몸을 위로 두어 번 들썩이더니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내 얘기 하는 게 아니고, 난 평생 그런 일을 저지르진 못할테니까. 공터 서쪽 원샹(文香)이야, 그 여자가 양자오촌 청밍(成明)이랑 땔나무 산속에서 ‘그 짓’을 하다가 사람들 눈에 띄었대."
원샹의 남편은 저장성(浙江省)에서 일하고 있고 3년간 고향에 오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내를 더 세게 껴안으며 그녀에게 환기시켜 주었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 도시에서는 문을 마주 보고 몇 년을 살아도 서로 이름도 모르지만, 시골은 십리 팔개촌이 모두 다 알고 지내잖아. 남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 소문나면 안돼."
“나는 오직 당신에게만 말했어.”
내 손가락이 아내의 등을 몇 번 톡톡 튕기고, 아내에게 물었다.
“나 보고 싶었어?”
“매일 생각하지는 않았어.” ……, “어떨 때는 한두 달간 생각하지 않은 적도 있었어. 그런데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꼭 개미가 무는 것 같아서, 몸을 짓뭉개고 싶을 정도야.”
“그럴땐 어떻게 해?”
“당신이랑 똑같지, 스스로 해결해. 하지만 당신 같은 방식은 아냐. 난 옛날 과부들한테 배웠어. 녹두 한 그릇을 바닥에 쏟아놓고 한 알 한 알 줍는 거야. 다 주웠는데도 아직 안되면, 다시 바닥에 쏟고 또 다시 주워.”
“가엽기도 해라.”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나를 세게 꼬집었다. 아플 정도로.
둘 사이에 말없이 침묵이 흐른 후에야 지붕 위에서 샤샤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비가 아니라 눈이 내리는 소리였다. 빗소리는 요란스럽지만, 눈소리는 깊은 생각도 함께 데리고 온다.
아내가 이불 깃을 들추더니, 불쑥 매우 멸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저 서쪽 마당은 아마 풍수가 안 좋은가 봐. 원샹(文香) 같은 여자가 나오니.”
“원샹 외에 또 그런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 춘매는 도대체 어떻게 애를 낳은거야?”
이 때에 아내는 정말로 춘매를 거론해서는 안되었다. 더구나 이런 말투로 거론해서는 더욱 그랬다. 오후 내내 아내는 춘매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자신도 아직 아이이면서 아이를 낳은 춘매를 경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냉랭하게 말했다. “여보, 명심해. 춘매가 도리에 어긋난 짓을 저질렀다고 해, 그래도 그게 다 그 집을 위해 고생하다 그렇게 된 거야. 그게 가치 있는 일이건 아니건 그건 별개의 일이고, 단, 그 애가 자기 집을 위해 희생한 건 맞잖아. 아버지가 광동으로 가라고 하니 안갈 수 없어서 갔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야… 앞으로 춘매에 대해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아내는 내가 이렇게 갑자기 얼굴색을 바꿀 거라곤 상상도 못한 것 같았다. 멍한 표정으로 위축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