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정치가 쏘아 올린 "김포시 서울 편입"이라는 큰 풍선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접경인 광명, 하남, 고양, 과천 등에도 확산되며 바야흐로 우리 정치의 저질화가 아직도 바닥과 끝판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확인시켜 주고있다.
"저질 정치"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현재와 같은 논의 상황은 메가시티, 세계도시(world city) 논의를 국가간 경쟁에서 도시 경쟁이 관건이라는 맥락에서 하겠다는 게 아니고 선거를 앞두고 즉흥적 노골적으로 한건 해 먹자는 발상이라는 것이 뻔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 정치의 저급, 저질 바닥의 끝판은 어디까지 인가? 그리고 또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해 먹겠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메가시티, 월드시티에 대한 필요성 여부나 찬반 등과도 관련없는 전혀 다른 층차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여당 대표가 "김포시 서울 편입"이란 풍선을 뛰운 후에 "서울 메가시티"와 연관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국면이니, '제2차 국토계획' 수립 당시 그 계획의 핵심 주제였던 수도권 규제와 성장거점도시 육성전략이 설정되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2차 국토계획 당시의 착각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 수립 당시 주요 목표 이슈는 전국 각 지방 광역 권역별로 성장거점도시를 지정,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의 과대팽창을 규제하고 수도권 단핵 국토구조를 다핵 구조로 바꾸는 방향으로 국토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었고, 이 같은 목표 설정 하에 대전, 광주, 대구 3개 도시를 '1차 성장거점도시'로, 그리고 도청 소재지와 지역 중심도시로서 성장 잠재력이 크고 해당 지역에선 나름 중심성이 강한 춘천, 강릉, 원주, 청주, 천안, 전주, 남원, 목포, 순천, 진주, 안동 등 12개 도시를 '2차 성장거점도시'로 지정했다.
즉, 1차성장거점도시는 수도권 단일 중심 국토구조를 다핵구조로 개편하기 위해서, 그리고 2차성장거점도시는 이들 도시가 지방 발전 및 서비스 기능의 중심지 역할 담당하도록 육성, 지원하기 위해서 지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후의 진행상황을 돌이켜 보고 복기해 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제2도시 부산을 제1도시 서울-수도권과 함께 성장규제 대상으로 설정, 포함시킨 것이었다.
부산을 성장 규제 대상으로?
즉,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을 "과밀"권역이라 규정하고, 과밀억제, 기능분산 등의 실천전략을 설정했다. 여기까지는 국토균형발전(개발)을 추구하던 그 시절의 상황과 맥락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이해할 수 있으나, 그 "규제 대상"에 부산까지 붙여 놓기 식으로 포함시킨 것은 맹백한 착오이고 실책이었다. 돌이켜 보면, 공간계획 영역에서의 관념과 공상, 탁상 페이퍼 발상과 계획의 결과였다고 하겠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1극 공간구조를 다핵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했는 데, 그러자면, 응당 우선 1극 단핵 중심을 2극 이상 다핵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설정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은 응당 우선 1핵을 2핵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했고 계획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수단도 그런 틀에서 설정했어야 했다. 또 그러기 위해선 제2도시인 부산, 또는 부산권을(현재의 부울경 권역) 수도권에 버금가거나 능가할 정도의 메가시티 권역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전략을 선택 및 설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2차국토계획에서는 서울-수도권과 함께 제2도시인 부산도 성장규제 대상도시로 설정했다. 이런 식의 균형발전 추구는 결국 좌파식 도그마 추종의 필연적 결과인 하향 평준화의 길로 들어서는 걸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한편,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 지역에 대해 그 같은 정책을 결정, 시행했던 것에 대해서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는 할 수는 있다. 그 때는 관념적 '균형발전' 이란 구호를 절실하고 확고한 국토정책 기조와 목표로 삼고 있던 시절이었고, 이 관념적 이상을 무슨 도그마처럼 신봉했었고,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집행력과 권위를 맹신 및 과신하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여하튼 간에, 부산을 (성장거점이 아닌) 성장관리 대상 도시로 선정한 것은 명백하고 결정적인 착각이었고 전략 실패였다. 국토균형발전의 우선 목표와 전략은 수도권 1극 중심의 국토구조를 바꾸는 데 두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응당 제2도시 부산을 최우선 순위의 즉, 잠정적으로 이름 붙여 보자면, '특차 성장거점도시' 정도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 해도 수도권 1극 단핵중심 국토공간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부산까지 개발 규제 대상에 끼워 넣었다.
결국 성장거점 도시 육성을 통한 국토균형 발전(또는 개발) 목표는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극체제는 더욱 심화되고 가속화 되었다. 이 같은 착오와 실패의 원인은 '국토균형발전'이란 개념을 관념적 도그마로 이해하고 적용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후 지역균형발전 개념은 노무현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 수도 또는 행정 수도 이전 논쟁을 거쳐서 글로벌 층차에서의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세계도시(World City), 메가시티(Mega City)를 육성해야 한다는 추세로 가고 있다.
저질 정치, 판 자체를 갈아 엎자
단, 그렇다고 해도 이미 메가시티가 되어 있고 전국 인구의 절반, 그리고 그 이상의 국부(国富)가 집중된 서울-수도권의 도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그에 따라 국토 1극 단핵체제를 더욱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당위성이나 효율성 논쟁 이전에 우선 정치권에서 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 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고 증폭 과열시킬 것이므로 우선 정치적 실현 가능성부터 없다.
따라서 도시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된 시대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라는 맥락에서, 서울-수도권의 국제 경쟁력을 세계도시(World City)와 메가도시 급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비수도권 지방의 정서를 고려하면서 단계를 밟아 가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건 우리 정치 현실에서 상식이고 기초이다. 또한, 그 같은 맥락의 주장과 논리를 수용한다 해도, 그 전략적 대상과 중점은 두번째 성장거점으로서 부산-울산-경남권, 또는 대전-세종권이나 광주-전남권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금, 집권 여당이 쏘아 올린, 김포시 서울 편입 발언, 그리고 연이어서 거론되고 있는 소위 "서울 메가시티" 풍선은 전문가 집단의 검토도 시민 공청회 같은 의견 수렴 절차 조차 거치지 않고 쏘아 올리면서 돌출되었고, 연이어서 하남시, 구리시, 남양주시, 용인시, 성남시, 과천시, 안양시, 광명시, 부천시, 고양시 등으로 확대하며 계속 띄워도 상관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무책임, 저질 정치가 거의 바닥,끝판으로 가고 있다.
이처럼 국토 및 도시 발전 정책을 거리낌조차 없이 선거를 겨냥한 즉흥적 공약 대상으로 삼는 저질 정치는 기필코 선거를 통해서 심판하고 퇴출시켜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양당체제를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면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매번 선거가 다가오면, 이 당이 틀리고 못하니 저 당 선택하고 또 그 다음 선거에선 또 다시 이 당 찍어주기 행태를 되풀이 하면서 우리 정치를 현재 상태와 같이 포퓰리즘에 의한 저질 끝판까지 몰고, 그 생명까지 연장시켜주고 있는 행태, 이 틀을 깨부수고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민주화 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 갖춰야 할 기본 양식이고 자질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