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커전(竺可桢) 선생은 중국 지리학과 기상학의 태두로 저장대학(浙江大学) 설립 후 초대 총장 직을 맡았었다. 그 시기는항일전쟁 시기여서 학교를 피난처인 저장성 남쪽 젠더(建德), 장시(江西), 구이저우(贵州) 등지로 옮기면서 운영하던 "남천(南迁) 시기" 라 불리는 시기였기에갖은 고난을 겪고 극복했고, 오늘과 같은 명문 저장대학의 기초를 건설한 분이다.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에는 중국과학원 내에 지리연구소 설립을 주도하고 그 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한 분이다.
내가 주커전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만난 때는 2004년 9월에 20여년간 근무했던 국토연구원을 사직하고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로 가서 저장대학 토지관리학과에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원 저장대학인 위췐(玉泉) 캠퍼스 도서관에 갔다가 그 도서관 건물 앞에서 선생의 동상을 만났을 때였다. 그리고 또 며칠 후에는 항저우시 서북부에 새로 조성한 저장대학 신 캠퍼스인 즈진강(紫金港) 캠퍼스에서도 학생회관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초대총장의 동상을 보게 된다. 물론 주커전 선생의 동상이었다.
그 때, 10여년 전 내가 국토연구원에 근무하던 1993년 1월에, 처음 중국 땅을 밟고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지리연구소 경제지리부에 방문학자 신분으로 연수 파견 근무하고 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리연구소 현관문 앞에 흉상이 있었는 데 처음엔 별 관심 두지 않고 그냥 지나쳤었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같이 가던 중국인 동료가 그 흉상의 주인공이 지리연구소 건립자이자 초대 소장이고 중국 지리학의 창시자라고도 할 수 있는 유명한 지리학자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서 그 흉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받침석에 있는 인물 설명을 유심히 봤던 기억이... 그때 그 표지석에 설명된 선생의 약력에 저장대학 시절 활동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나 그 당시엔 저장대학이 어떤 대학인지 들어 본 바도 없었고, 관심조차 없었기에 그후엔 잊어 버리고 기억조차 못하게 된 것이리라...!
그때는 그 정도까지 였다. 더 이상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뒤 10년도 더 지난 후에, 즉, 지리연구소 생활 마치고 귀국한 후, 다시 1994년에 베이징으로 가서 중국인민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마치고, 또 귀국한 후 국토연구원에서 중국담당 연구자로 근무하다가, 또 다시 절묘하게 인연이 닿아서 오게된 항저우의 저장대학 캠퍼스 안에서 이렇게 주커전 선생님을 다시 만난 것이다!
전혀 다른 경로와 과정을 거쳐서 위췐(玉泉) 캠퍼스 도서관 앞에서 바로 이분이 이 대학, 저장대학의 초대 총장이고, 이 대학에 지리학과(당시에는 지학과)를 창설하신 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때 그 순간에 잠시 멍~했었다...! 웬지 선생과 나와의 사이에 뭔가 전생의 인연 같은 게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저장대학 위췐(玉泉)캠퍼스 도서관 앞 주커전 선생 동상
그 뒤론 위췐(玉泉)캠퍼스 정문에 들어서면 보이는 매우 커다란 마오쩌동 동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 뒤에 가려져 있다시피한 선생의 자그마한 동상에는 일부러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묵념까지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나의 소속 학과가 토지관리학과에서 도시관리학과로 바뀌고 연구실도 화자츠(华家池) 캠퍼스에서 즈진강(紫金港) 캠퍼스로 옮긴 후 종종 산보나 교내 식당 등에 가는 길에 학생회관 앞을 지나갈 때에는 선생의 동상 앞에 가서 인사 드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