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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Sep 02. 2021

공간과 사람들을 이야기해낸
흥미로운 영상물

콜럼버스(2018)

<콜럼버스>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공간을 활용한 예술인 건축에 대한 소재가 스토리의 중심축이지만, 영화에서 공간의 의미는 조금 더 다채롭게 쓰였다. 인물들 간의 감정과 생각의 차이와 공감의 감성도 공간으로 표현되는 점이 재미있다. 


진(존 조)과 케이시(헤일리 루 리차드슨)는 펜스를 사이에 둔 채로 첫 만남을 갖는다. 펜스를 사이에 두고 다른 공간에 있던 그들의 대화는 처음에는 엇나가지만 이내 펜스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대화의 오해 역시 풀리게 된다. 또 영화에서 진은 한국에서는 장례식 때 극적인 슬픔을 보여줘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물리적인 공간에 따라 사람들의 문화와 관념이 다른 점을 말하기도 한다.  



진은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 때문에 한국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평소 아버지와 대화도 없고 사이가 좋지 않던 아들은 그렇게 아버지를 외면한다. 그러나 진은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 사용하던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아버지가 자던 침대에서 자고, 아버지가 사용한 욕실에서 샤워한다. 아버지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가 전공하는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진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행위는 아버지와 같은 공간에 서서 동일한 건축물을 보는 것과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의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인 거리는 점점 좁혀진다.   



진의 상황과 정 반대인 케이시는 엄마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을 게을리할 수 없다. 케이시가 엄마를 떠나는 행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어머니와 공유하던 공간을 벗어나는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건축가의 아들인 진보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깊다. 건축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엄마를 떠나지 못하는 족쇄가 돼버린다. 


진과 케이시는 도시의 건축물을 돌아보면서 교감하고 또 서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영화의 앵글은 둘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장면을 많이 활용한다. 같은 곳을 보고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그렇게 생각의 차이도 점점 옅어지게 된다.


<콜럼버스>는 그렇게 공간을 이야기하고 공간을 통해 교감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흥미로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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