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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Sep 25. 2021

임신13주차이야기-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아빠의 출산일기

요즘 어플은 재밌는 기능이 많다. 남, 녀 사진을 넣으면 미래의 아이 얼굴이 나온다. 나와 아내의 사진을 각각 넣고 추출 버튼을 눌러보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나왔다. 너무 예쁜 아이들이 나와서 놀랐고, 두 번째는 너무 안 닮아서 놀랐다. 나는 쌍꺼풀이 없고 아내는 속 쌍꺼풀이 옅게 있다. 그리고 둘 다 눈이 조금 작다. 그런데 사진 속 아이들은 쌍꺼풀도 진하고 눈도 큰 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어플이다 보니 이용하는 고객들의 마음이 상하면 안되니까 인심을 써준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사람보다 기계가 인심이 좋은 세상이다.


출산일은 멀었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 아기가 누굴 닮으면 좋을 까하는 것들 말이다. 아내는 내 하얀 피부와 귀, 입술, 그리고 코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본인을 닮기를 원한다. 동의한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내가 무서운 건 딸을 낳았을 때이다. 첫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속설이 너무 무섭다. 내 얼굴에 머리가 긴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친구들은 그래도 "네 자식이면 그래도 너를 닮기를 원할 거다."라고 말하는데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물론 내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 보이겠지. 건강하게만 태어나길 바랬던 처음 마음보다는 점점 욕심이 생겨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 더 예쁘고 잘생기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말도 잘듣고... 





13주 차 아기는 이제 뱃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란다. 이제 전신의 기관도 완성이 되는 시기이고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때이다. 입 근육도 발달해서 손가락을 빠는 동작도 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 상상했던 아기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은 태동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기가 안에서 열심히 꼬물거리고 있다고 하니 대견스럽다.


아내는 벌써부터 아기와 대화를 시도한다. 출근할 때는 "오늘도 엄마랑 같이 고생하자." 퇴근할 때는 "아빠 보러 가자"라고 얘기한다. 물론 아기와 대화할 때는 아기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덤이다. 벌써부터 아기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이 참 엄마의 모습이다. 나도 아침과 저녁에 엄마 배에 대고 아기와 문안인사를 나눈다. 아빠는 아직 아기 목소리로 대화하기엔 몹시 부끄럽다. 그래도 꾸준히 배를 만져주고 이야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아내가 임신 후 처음으로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아삭이는 콩나물과 대패 삼겹살을 백종원의 만능장으로 버무리고 깻잎을 데코로 올린 콩불 요리였다. 간도 적당하고 맛도 좋았다. 이제 아내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아내 배도 슬슬 불러오고 있는게 보인다. 몸은 무거워지겠지만 그래도 안정기로 접어들어가는 것 같다. 아내도 나도 이제 조금은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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