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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Sep 18. 2021

임신 12주차 이야기 -
나랑 띠동갑이었네

아빠의 출산일기

2022년은 호랑이띠라고 하는데 호랑이 중에서도 흑호랑이라고 한다. 같은 호랑이라도 흑호라고 하니까 뭔가 특별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려나. 나도 호랑이 띠이니까 나랑은 띠동갑이 된다. 그래서 뭔가 더 정이 가는 것도 기분 탓이겠지. 이렇게 되면 우리 집에는 호랑이 두 마리, 뱀 한 마리(아내의 띠)가 있게 된다. 뭔가 든든한 맹수들이니 집 지킬 강아지는 따로 키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런 띠 관련 사주나 운세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살 때 처음 대학 과 동기들과 서울을 갔었는데, 과 동기 남자 5명이 처음 서울에 가서 돈을 쓴 곳은 다름 아닌 사주까페였다. 비가 정말 억수로 오던 날이었는데 내 사주는 24살 때까지 여자 친구가 없다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 말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실제로 24살 때까지 솔로였다. 


어쨌든, 우리 아가가 흑범띠라고 하니 괜히 좋은 사주가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벌써 호랑이 관련된 아기 옷이나 꼬까신을 찾아봤는데 너무 귀여울 것 같다. 호랑이 굿즈로 아가를 예쁘게 꾸며주고 사진도 많이 찍어줘야겠다.  




아내가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다. 입덧은 거의 없어졌고, 두통만 가끔 생기는 정도였다. 아가가 뱃속에서 많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내는 이제 본격적으로 먹방을 시작했다. 요즘은 주문 배달이 정착돼서 정말 다행이다. 마카롱이나 군것질 거리들 전부 다 배달이 가능하니 따로 나갈 필요가 없다. 옛날에 우리 세대 아버지들은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새벽에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눈 오는 날이면 내리는 눈을 뚫고 다녀오기도 했단다. 여러모로 옛날 분들은 대단했다. 


이번 주는 임신하고 처음으로 근교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는 나들이라서 아내는 신이 났다. 드라이브 가는 차 안에서 쉴 새 없이 떠들면서 눈을 반짝였다. 가을에 접어들어서 그렇게 덥지도 않고 높은 하늘에 구름은 그림처럼 떠있었다. 나들이에 딱 좋은 날씨라서 근교에는 자전거로 라이딩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아이를 낳으면 한동안은 외출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하는데, 아내 컨디션이 괜찮아질 때마다 1~2시간 거리의 근교로 자주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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