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폴짝 뛰는 모습이다. 4주 만에 본 초음파 사진은 벌써 저렇게 커진 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키는 벌써 4.83cm나 자라서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운동도 하면서 크고 있는 것 같다. 삼 등신 형태가 자리 잡혀서 이제 제법 사람 모습을 하고 있어 볼수록 신기하다. 자세히 보면 등뼈와 손가락뼈도 보이는 게 꼬물꼬물 아주 귀엽다.
보통 11주에서 13주 차에 1차 기형아 검사를 받게 된다. 우리 부부는 이번 11주 차에 시행했다. 검사는 목 투명대, 혈액검사로 진행을 한다. 목 투명대는 초음파로 진행하는데 아가의 목 뒷덜미에 있는 투명한 막 같은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 막의 두께가 3mm가 넘으면 염색체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때는 양수검사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아가는 다행히 0.64mm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더 바랄 게 없는 심정이다. 물론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겠지만 지금은 그저 건강했으면 좋겠다. 혈액검사는 2차 기형아 검사와 종합해서 한 번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일단 투명대는 정상으로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11주 차에는 아기의 여러 기관이 거의 완성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로 인해 아기의 신체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니, 큰 고비는 지난 셈인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조심을 해야 하는 때라 아빠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아기가 커감에 따라 엄마의 자궁도 커지고, 엄마는 이제 배가 서서히 불러올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임산부 티가 나지 않았지만, 곧 허리를 짚으면서 걷는 모습을 볼 것이다. 원래 허리가 좋지 않은 아내가 내심 걱정된다. 그리고 장시간 출퇴근 거리도 염려된다. 내년 3월 예정까지 아무 일 없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번 주는 초음파 검진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저번 주에 신고한 혼인신고가 등록이 되어 법적으로 완전한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아내는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마쳤다. 임산부 등록을 하게 되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아내가 등록한 보건소에서는 임산부 뱃지, 임산부 주차증, 그리고 엽산을 제공해줬다. 지원은 각 지자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등록을 하기 전에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기형아 검사 쿠폰을 지급해주는데 우리가 등록한 보건소 지역은 산부인과가 없어 출산 취약지역 이송 지원비를 대신 지원해 준다. 출산 후에 신청하면 최대 58만 원 까지 준다고 하니, 따로 기억을 해두려고 메모해두었다.
16주 차에는 철분제를 지급해준다는데 굳이 그것을 받으려고 가진 않을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서 아기를 키우는데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미혼모나 코로나 19로 인해서 생계가 어려워진 가족들에게는 아기를 키우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이런 혜택들이 실질적으로 양육가정에 도움이 많이 될지는 의문이다. 아이는 우리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이 출산과 보육정책인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아빠가 되려다 보니 어느새 살림꾼이 되었고, 여러 가지 혜택이나 지원책을 찾아보고 다닌다. 똑소리 나는 아빠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