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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Sep 03. 2021

임신 10주차이야기 -
아내는 설거지, 나는 운동

아빠의 출산일기

 아내가 설거지를 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임신하고 10주 만에 해낸 것이다. 아내의 몸상태는 점점 아이를 품을 수 있게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입덧도 거의 하지 않고, 머리만 조금 아픈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퇴근을 하면 많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예전을 생각하면 참 대견스럽다. 


이제 식욕도 조금씩 왕성해지고 있다. 살찌는 것을 걱정하길래 많이 먹고 빼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임신성 당뇨가 무섭다고 한다. 임신성 당뇨는 전체 임산부의 10%나 걸린다고 하니 적은 확률은 아니다. 이게 걸리게 되면 거대아가 되거나 기형 또는 저혈당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혈당관리가 필수적이다.


10주 차의 아기는 쑥쑥 커가고 있어서, 일주일에 1cm 이상 커진다고 한다. 매일매일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야물딱지게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때는 특히 뼈와 근육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라서 칼슘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칼슘 마그네슘은 주문해 둔 영양제를 8주 차부터 먹고 있어서 자연식을 신경 써서 먹고 있지는 않다. 


옛날에는 지식도 없을뿐더러 영양제도 귀하던 시절이라 모든 것을 자연식으로 섭취해야 했을 텐데, 좋은 시절에 부모가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출산율이 계속해서 내려가는 현상이 안타깝다. 많은 책에서 출산율에 대해 다루고 원인과 해결책을 진단하지만 실효성이 큰 것 같지 않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게 선결과제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과 고통이 너무나 커져있다. 이미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는 친구들 역시 아기를 키울 수 있게 나라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편하지만 쉬운 게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 한때는 한 시간씩은 꼭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시간이 많기도 했고, 배우자를 만나려면 자기 관리는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담배는 4년 전에 끊었고, 술은 입에도 안 댄다. 그래도 몸은 이상하게 저질이라 먹는 대로 살이 찐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배를 보고 술고래로 오해를 하곤 한다. 애초에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운동할 시간에 영화 한 편을 더 봤다.


아내를 만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코로나가 터졌다. 나는 선천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이 아니다. 헬스장에 떠다니는 비말들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그때부터 운동을 딱 그만뒀다. 내 배는 아내의 배와 함께 자라고 있다.


아무래도 따로 운동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우리 집이 19층이니까 지하부터 올라가면 20층을 오르면 된다. 어차피 하루에 퇴근길에 오르면 되니까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평균적으로 3분 30초 정도가 걸리는 것 같다. 운동하는 시간으로만 치면 정말 얼마 안 되지만 19층에 도착하면 숨을 꽤나 헐떡거리게 된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인 것 같다. 나중에 아이와 놀아주려면 지금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스트레칭이나 생활운동 같은 것을 의식적으로 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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