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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Aug 28. 2021

임신 9주차 이야기 -
검은 고양이 꿈을 꾸다

아빠의 출산일기

9주 차에 아내가 태몽을 꿨다. 어딘가를 가고 있었는데 까만 털에 윤기가 자르르한 고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내를 봤다고 한다. 아내는 고양이를 가는 내내 품고 있었고, 잠을 깨고 나니 너무 생생했다고 말했다. 장모님께 여쭤보니 태몽 같다고 하셨다. 아직까지 나나 아내, 그리고 가까운 가족들 모두 우리 태몽을 꾼 적이 없다. 그래도 태몽을 꾸면 좋을 것 같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늦게라도 꾸게 돼서 너무 기뻤다.

 

태몽이 고양이라고 하니 너무 귀여운 아기일 것 같다. 임신 9주 차의 아기는 눈, 코, 입이 생기면서 점점 얼굴이 명확해지는 시기인지라 뭔가 더 기대가 된다. 아빠 눈에는 어떻게 생겨도 다 이쁠 것 같지만 말이다. 


태몽을 꾼 기념이 될만한 뭔가를 하고 싶었다. 태명을 짓는 이유도 뱃속의 아기와 조금 더 교감하고, 애착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아빠로서 아기에게 더 신경을 쓰고 예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양이 장식품을 한쌍 사게 되었다. 


아내가 꿈꾼 고양이는 시크한 올블랙 고양이지만, 찾다 보니 검은색 털이 조금 섞인 고양이들을 들였다. 마그네틱이 배에 붙어있어서 한 마리는 냉장고에 붙여두고, 한 마리는 식탁 위의 장식으로 두었다. 볼 때마다 고양이 태몽도 생각나고 아기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의 입덧은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음식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은 없다. 먹고 싶어 하는 음식도 알아서 배달시키고 잘 찾아 먹는다. 임신 초기에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지나간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 


이 시기의 엄마들은 머터니티 블루를 겪을 수도 있다고 한다. 임신 우울증 같은 것인데, 아기가 생겨서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적응의 단계일 수 있다고 한다. 정서가 불안해지고 쉽게 피곤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아내의 출근길은 45~50분 정도 걸린다. 직접 운전을 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다. 애초에 장거리 커플이었던 우리는 거리상 딱 가운데 집을 얻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감안은 했지만, 막상 임신을 하니 항상 걱정이 된다. 10주 차는 아직 안정기가 아닌 시기라서 더 그렇다. 


육체적으로 피곤하게 되면 분명 기분과 정서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아빠의 정서적인 교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서툰 게 당연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에 아내에게 잘못하면 평생 욕을 듣는다고 한다. 이 시기가 아내에게는 가장 남편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100세 시대인데, 앞으로 60년 넘게 욕을 먹을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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