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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Oct 22. 2021

과연 현명한 남북관계 해법일까?

모가디슈(2021, 류승완)

1998년에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 북한에 통일 소 1,001마리를 보낸 적이 있다. 어릴 때였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북한에 있는 동포들과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그때만 해도 널리 퍼져있던 때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휴전으로 갈라져 생이별한 가족들이 많이 살아 계셨다. 매년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눈물바다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이 버젓이 북한에 살아있는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때의 국민들이 느꼈던 북한에 대한 정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류승완 감독이 1990년 모가디슈 탈출 실화를 들고 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니까 왜 지금 2021년이어야 했을까. 아마도 지금의 남북관계가 정치 논리로만 갈라져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 <모가디슈>의 인물들은 국제정치로 얽힌 인물들을 설정한다. 서사를 만드는 캐릭터들은 대사관, 참사관, 서기관, 사무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북한 대사와 관련자들은 각국의 이권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제3국 소말리아에서 서로를 견제한다. 그러다 내전이 터지고 북한 대사 측은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북한 대사관이 도움을 청하는 과정은 그동안의 남과 북의 역사와 다를 것이 없다. 림용수 대사(허준호)가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구원을 요청하면서 어린아이들을 내세운다. 약하고 두려움에 떠는 비무장한 인민들 말이다. 남한에 도움을 요청하는 림용수 대사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신성 대사의 결정에는 정치적인 이해는 개입되지 않는다. 갈 곳이 없다는 림용수 대사의 말에 한신성 대사의 시선은 아이들에게 멈추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그들과 대조적으로 강대진 참사관(조인성)과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행동한다. 강대진 참사관은 전향서를 위조하고, 태준기 참사관은 애초에 남한 대사 측의 도움을 거부한다. 강대진은 인민을 이용하려 하고, 태준기는 그 속셈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러나 둘의 대립은 다른 남과 북의 인물들에게까지 번지지 않는다. 모가디슈 탈출 프로젝트는 그렇게 한민족이 진짜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철저하게 남한은 북한을 구원하는 구세주의 역할을 부여한다. 남한 측도 부족한 식사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급한 약도 제공해준다. 그들이 머무는 대사관 역시 무장한 외국 경비병이 지키고 있어 안전하다. 당시 남과 북의 빈부격차가 그대로 반영된 듯한 상황이다. 88 서울 올림픽 관련 물품들이 대사관 곳곳에 자리한 것도 한국의 기념비적인 발전을 나타내는 장치이다. 88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뚫어져라 보는 북한 아이의 눈을 황급히 가리는 북한 사람의 손은 그런 빈부격차에 대한 부끄러움일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북한에 대한 연민 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힘을 합친다는 느낌보다는 인민들을 보호하는 의도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한신성 대사는 끝까지 북한의 입장을 인도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한다. 비록 자신들이 위험해 처하는 상황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모습은 흡사 영웅물에서 흔하게 쓰이는 희생과 박애의 코드와 비슷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그렇다. 탈출을 성공한 남한 측은 꽃다발을 받지만 북한 측은 빈손이다. 마치 개선장군과 포로의 느낌처럼 극명하게 입장이 달라 보인다.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은 한민족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정치적인 이해를 내려놓고 인간적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 또한 좋다. 그런 의도가 분명하기에 영화는 깔끔하다. 그런데 영화 내내 보여준 남측의 자아도취적인 영웅심리가 과연 옳은 방향일까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대등한 국가로서 북한을 바로 보아야 올바른 남북관계를 정립하는데 낫다고 생각한다. 인도주의적인 시각만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를 풀어내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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