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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올가 Apr 15. 2021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른다.

등산을 시작하는 등린이들을 위하여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실내 활동이 제한되면서 남녀노소 접근성이 쉽고 야외라 조금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나도 그러한 많은 등산객들 중 하나이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2월 말부터이다. 등산 초보, 소위 '등린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이 바로 '나'이다.


최근에 등산을 하고 산에 올라간 사진을 인스타와 같은 SNS에 업로드하면서 다른 이들이 나에게 묻는다. 갑자기 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사실 나도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예전에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산을 가자고 말할 때면 "어차피 내려올 산인데 왜 올라가?"라며 엄마의 제안을 외면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 지인들의 몇 번의 질문을 받으면서 나도 다시금 내가 왜 산에 오르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대학원을 수료하고 3년 반 정도 넘는 기간 동안 인턴과 공무직으로 미술관에서 일을 했다. 이후에는 석사 논문을 수료하지 못하면 제적이 될지도 몰라서 호기롭게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게 작년 이야기이다. 논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찾아 프랑스를 한 달 정도 다녀온 후 코로나가 전 세계에 퍼졌다.


작년 한 해 동안은 집에 있으면서 카페나 도서관에 가끔 가서 글을 쓰면서 논문에 매달렸다. 막상 논문 심사를 통과하고 졸업을 하고 나니 취업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청년들이 모두 공감하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취업 시장이 너무 꽁꽁 닫혀 있고, IT야 성황이지만 문과생으로서 그쪽을 넘보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무언가를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한 것이 '산'이다. 그 '산'에 대한 계기를 심어준 것은 사실 엄마이다. 엄마가 제안한 '산'에서 사실 크게 흥미를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2월에 간 눈 산에서 나는 무엇에 홀렸는지도 모른다. 눈이 내린 산을 뽀드득거리며 올라가면서 눈이 쌓인 나무와 풍경에서 나도 모르게 산에 푹 빠져들었다.


등산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성취감'일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 정상석과 마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기쁜 일이다. 처음에는 정상에 꼭 가야 한다고 집착했지만 운동에 대해 찾아보면서 정상의 높이나 정상에 꼭 가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만의 고립을 느끼기 위해 산을 찾는다.


두 번째로는 몸을 통한 '긍정적인 에너지의 생성'일 것이다. 지난 직장을 다니면서 나의 주위를 맴돌던 우울증을 이겨낸 것이다. 가족들에게도 쉬이 말하지 못했던 나의 우울증은 퇴사를 통해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몸을 움직이면서 나를 피로하게 만들지만 그 피로가 참 즐겁다. 산을 오르면서 풍경을 보고 시냇물을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같은 산을 올라도 매번 다르게 보이는 그 풍경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세 번째로는 '공간지각 능력'의 향상이 아닐까 싶다. 산길이 잘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다. 어떤 길이 있어도 모두가 다 다르게 길을 걷는다. 여기에 등산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갈 때마다 또 다른 길을 걷는다. 한 코스를 선택하면 내려올 때는 다른 길로 다음에 올라갈 때는 다른 곳에서 시작해본다.



나는 소위 초보 등산객, '등린이'이다. 등린이로서 직장에 다시 들어가기 전까지는 주 2회 산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끔은 가족과 친구들과 산을 오르기도 하지만 혼자 산을 오르는 것도 참 좋아한다. 처음에 모두가 그렇듯이 산을 오르는 것이 너무 무섭고 길을 잃을까봐 두려워졌지만, 이제는 모르면 지나가는 나그네에 길을 묻고 나그네들과 수다를 떤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서 서로 멀어졌던 그 사이가 산에서는 조금은 좁혀 드는 것 같고,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교환되는 장소가 '산'이기에 나는 등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반드시 등산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등산이 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도 있고, 등산에 오르는 과정 속에서 숨이 차오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자원해서 원하는 이들과 산을 오른다.


내가 산을 통해 나를 극복했던 것처럼 나의 글을 보고 '산'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산'에 대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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