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누가 알 수 있을까.

2017.08.17 내일이 너무 걱정되던 그때

by 최성민

누가 자신의 앞날을 알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특히나 나의 앞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난 내가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을 때에도 내가 목표로 하고 있었던 그것이 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오늘 할게 있으니 해야 한다.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은 했으니 되던 안되던 일단 끝까지는 가보자. 정말 하기 싫고 내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할게 이거 밖에 없으니 그냥 해보자. 뭐 이런 식이었다. 위인전에 나오는 이야기나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뭔가 대단하게 열심히 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뭐가 될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실 상상도 잘 안되었다.

그러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도 19년 뒤, 20년 뒤, 30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다. 10년 전의 나는 10년 후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나도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오늘 하루, 내일, 이번 주, 길게는 이번 달까지만 생각하고 산다. 오늘은 이거 하고, 저녁에 누구 만나면 끝나겠군. 내일은 또 저 일이 있겠군. 뭐 이렇게.

미래가 두렵지 않냐고? 미래를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사실 내 주특기가 걱정이다. 내가 걱정하는 걸 걱정하지 마라. 솔직히 걱정하는 게 싫어서 오늘, 내일만 보고 산다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원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에, 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두려움이 많고 걱정이 많다. 이 가난한 마음을 고칠 수가 없어서 차라리 앞날을 걱정하는 걸 버린 거다. 미래를 걱정하는 건 너무나 머리가 아프니까.

20년 뒤 57살. 난 뭐가 되어있을까? 그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 하는 일이 그때까지 남아있기나 할까?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집은 샀을까? 어디 살고 있을까? 그때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그나저나 살아있기는 할까?

난 미신을 믿는다. 장모님께서 저번에 우리 마누라 사주를 보고 왔는데, 우리 마누라가 40살이 되면 돈 걱정은 안 하고 산다더라. 우리 마누라가 40살이 되면 나는 43살이다. 앞으로 6년 남았는데 돈 걱정을 언제, 어디서부터 안 하게 될는지 미심쩍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믿고 싶다. 동양철학의 신묘함을 믿어본다. 그렇게 될지어다!

그리고 진짜 웃긴 건데 이건, 나는 아무 이유도 없이 '나는 뭔가 큰 인물이 될 것이다.'라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속 한편에 이런 게 남아있다. 아마도 항상 자기 자식의 능력치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시는 우리 엄마께서 내게 물려준 재산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엄마는 내게 항상 기회가 오면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 뭘 하던지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그래 엄마 말씀이 맞지. 나는 내 삶을 충실히 살면서 그저 오는 파도에 몸을 맡길 뿐인 거지. 근데 문제는 과연 그 파도는 언제 오는 것인가, 과연 그 파도란 것이 실제 하기는 하는가 하는 게 문제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충분히 (덩치가) 큰 인물이다. 이루어진 거다. 이건.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오늘 하루도 잘 보냅시다. 내일 걱정은 내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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