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6
우리 딸은 네 살이고, 나는 육아빠다. 100%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는 아니지만 꽤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은 '어린이집 등원'이다. 나는 어린이집 등원을 담당하고 있다. 아침 8시쯤 와이프는 출근하고, 남은 45분 안에 아기 가방을 싸고, 비몽사몽하는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세수를 시키고,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나가서 어린이집 차를 태워 보내야 나의 아침 육아 과업은 종료된다. 그 길로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만약 어린이집 차 타고 가는 것에 실패한다면, 나의 오전 업무시간은 날아가는 것이다.
보통은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일어나는데, 좀 빨리 일어나거나 내가 컨디션이 좀 괜찮은 경우 내가 먼저 씻는다. 아이를 돌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통은 그러지 못한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7시 반쯤 일어난다. 일어나서 얼른 아이 도시락을 챙겨 가방을 싸놓고, 아이가 자고 있는 방의 불을 켠다. 그럼 아이는 눈을 찡그리며 찡얼대기 시작한다. 내 맘 같아서는 확 눈부신 하얀 엘이디 등을 켜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아비의 마음으로 은은한 수면 등으로 켜준다. 아이의 컨디션이 좋으면 빨리 일어나고, 안 좋으면 찡얼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오늘의 과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사실 어린이집의 등원의 시작은 전날의 저녁부터다. 전날 아이가 일찍 잠에 들었는가가 그다음 날 등원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특이한 케이스였다. 오늘은 어제저녁에 잠을 일찍 잤음에도 아침에 찡얼거렸고, 늦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음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나는 나의 루틴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아침을 먹이는 일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는 아침에 밥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안 먹고 가면 너무 배고플까 봐 어떻게든 아침을 먹이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아침 메뉴로 뭘 먹을지 물어보면 대답을 잘 해주는 편이라 그나마 편한 편이다. 오늘은 수프에 식빵을 잘라서 넣어달라 길래 얼른 프라이팬을 꺼내 오뚜기 크림수프를 끓이고 냉장고에서 식빵을 꺼내 오븐에 굽는다. 이 메뉴는 상당히 간단하고 맛도 괜찮기 때문에 자주 해주는 메뉴다. 아이가 먹을 만큼 계량해서 끓이니 딱 한 그릇이 나온다. 좀 식혀서 구운 빵을 잘라서 러스크처럼 수프에 넣어주니 잘 먹는다. 아직 수저질이 서툴러서 옆에서 좀 봐준다. 계속 흘리고, 옷에 묻히고, 바닥에 떨어뜨린다. 나는 계속 보고 있다가 흘리면 닦는다. 물티슈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그래도 오늘 아침 먹이기는 스무스하게 넘어간 편이다. 이제 다음 단계인 세수하기와 옷 입기로 넘어가야 된다.
그런데 역시 오늘도 쉽지 않다. 어제 선물 받은 토끼 인형으로 놀고 싶단다. 두 번만 놀겠다고 자꾸 말하는데 시간은 이미 8시 20분이 넘었고, 나에게는 25분의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야 할 시간이다. "아빠 이제 출근할 거야!" 말하고 나는 로션을 바르고 옷을 찾아 입으러 갔다. 뒤에서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못 들은 척한다. 마루에 나가보니 아직 자기 책상에 앉아 그대로 있길래 다시 출근하는 척을 하니 뛰어와서 짜증을 부린다. 잘 달래서 싱크대에서 빠르게 세수를 한다. 요즘 날씨가 추우니 콧물이 많이 나서 콧구멍 쪽이 좀 헐었다. 살살 살 닦아준다. 로션도 잘 발라준다. 공주님은 로션을 잘 발라야 된다고 알려준다.
밥 먹는데 옆에서 어린이집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저번에 추운 날 어린이집 차 시간을 못 맞춰 걸어갔던 일을 상기시킨다. 오늘은 다행히 이 방법이 잘 먹힌다. 친구들이 자기를 기다린다면서 노란 차를 타겠다고 한다. 예스! 오늘은 잘 넘어갈 수 있겠다! 방에 들어가서 자기 입을 옷을 고르라고 하니, 잘 고르고, 옷도 입히는 대로 잘 입고, 머리도 잘 묶고 겨울 파카까지 잘 입었다. 시간은 40분 정도 되었다. 이제 5분 안에 내 옷 입고 이제 나가면 된다.
마지막 관문 신발 신기기다. 여기가 의외로 복병이다. 아이는 철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 신발이나 신으려 한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고, 보통은 내가 신으라고 하는 것을 잘 신지만, 가끔씩 마음 급한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오늘은 토끼에 꽂혔는지 갑자기 토끼 크록스를 신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짜증이 났지만, 한두 번의 실랑이 끝에 그냥 크록스를 신겼다. 내 속 마음은 '그래 네가 추워봐야 다음에 안신지' 였다. 시간도 없는데 운동화를 넣을 봉지를 찾으러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봉지에 운동화를 넣어 어린이집 가방에 넣었다. 아휴 이제 나가면 된다. 시간은 8시 50분이다.
집 밖으로 나오니 아침에는 그렇게 춥지는 않다. 다행이다. 어린이집 차 타는 데가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신호등이 세 개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중에 두 개는 거리도 짧아 그냥 무단횡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아이 교육상에 안 좋을 거 같아 손잡고 서서 잠자코 기다린다. 신호등 세 개를 다 건너고 드디어 어린이집 차 타는 곳에 왔다. 오늘 아이는 기분이 좋다. 계속 쫑알쫑알 대고 있다. 아이랑 놀면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면 어린이집 차가 온다. 아홉시 쯤이다. 아이는 좋아서 뛰어간다. 나는 선생님께 아이를 인계하고 고자질을 한다. "선생님 오늘 아이 슬리퍼 신고 왔어요" 하니 선생님들이 막 웃으신다. 아버님 고생 많으시단다. 고맙다. 등원의 고통을 알아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정말.
이렇게 아이는 손을 흔들며 어린이집 차를 타고 떠나고 나는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으로 터벅터벅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계속 나온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탈탈 털린 기분이다.
그래도 오늘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마지막에 신발만 아니었으면 완전 스무스하게 넘어간 날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힘들어도 아이는 이쁘고, 하루하루 잘 자라고 있다. 딸아이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일 등원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항상 말하지만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것이다. 내일 등원은 내일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