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2
제육볶음.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다. 제육볶음이 맛있다고 하는 집에 가서 먹어보면, 어떤 집은 떡볶이 같고, 어떤 집은 국물이 너무 흥건하고, 어떤 집은 간이 맹숭맹숭하고, 이거 솔직하게 내 맘에 100% 드는 곳이 잘 없다. 첫 입에 딱 매콤한 맛이 입에 붙고, 달짝지근하며, 고기에 지방에 적절히 섞여 있어 마지막에 고소함으로 마무리되는, 고기가 질기거나, 퍼석대서 이빨에 끼지 않고, 국물이 질척이지 않고, 고기 아래 빨간 고추기름이 짜르르 보이는. 그런 제육볶음은 잘 없다. 우리 엄마가 해주는 제육볶음 말고는.
나와 내 동생이 중고딩이던 시절, 우리는 하루에 밥을 다섯 끼씩 먹었다. 그때마다 엄마한테 고기를 해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당시 엄마의 제육볶음은 자극 그 자체였다. 엄마도 젊었고, 혈기가 왕성하던 시절이라 음식 역시 화끈했다. 맵고 달고 짜고 고추기름이 짜르르 흐르는, 제육볶음의 고기 역시 비계가 많은 부위를 사용하여 지방의 맛도 빠지지 않았다. 맛있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고기에 쌈 싸 먹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제육볶음 해주면 우리는 밥 세 그릇씩은 먹었다.
나의 제육볶음 레시피는 엄마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 엄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고기 볶을 때 고추장을 넣으면 하수다. 넣을 거면 아주 조금만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참기름 넣으면 맛없다고 했다. 양념은 아주 간소하다. 간장, 설탕, 고춧가루, 양파 딱 이 정도만. 엄마는 마늘이 있어야 된다고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마늘은 안 넣어도 크게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거 같다. 넣을 거면은 마늘 다진 거 말고 잘게 편 썰어서 양파 넣을 때 같이 넣는 게 맛이 좋았다. 마늘 다진 거를 넣으니 너무 잘 타서 별로 좋지 않았다.
먼저 고기를 볶는다. 고기는 돼지 앞다리 살이 좋고, 냉동으로 얇게 나온 게 있으면 더 좋다. 고기의 핏기가 가시면 맛술을 조금 부어 잡내를 날려준다. 거기다가 간장과 설탕을 넣는데 비율은 각각 1대 1로 넣는다. 맛을 보면서 추가로 간을 하면 된다. 엄마는 소금도 넣었지만 나는 소금은 따로 안 넣고 볶았다. 그러고 고기가 다 익을 때까지 볶다가 마지막에 고춧가루를 넣는다. 고춧가루 비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맛있어 보이는 색깔이 나올 때까지 넣는다. 보통 간장과 설탕과 같은 양을 먼저 넣고 색깔을 보며 양을 조절한다. 이때 불이 너무 세면 고춧가루가 타니까 불을 약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볶다 보면 고기 기름이 고춧가루와 섞여 맛있어 보이는 색깔이 된다. 그때 썰어놓은 양파를 넣어서 양파 숨이 죽기 직전까지만 볶아 바로 내놓는다. 취향껏 후추를 뿌려도 좋다. 고명으로는 참깨가 제격이다. 하지만 참기름은 안된다. 제육볶음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으면 참기름 향에 다른 것들이 묻혀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난다.
요즘은 더 간단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는데, 마트에서 파는 갈비 양념으로 고기를 볶고 난 뒤에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추가루를 추가하여 제육볶음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여기다 양파를 같은 타이밍에 넣어서 만들면 더 간편하면서도 맛도 내가 한 것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이 방법으로 고기를 볶아 먹는다. 이 방법은 좀 더 안정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제육볶음은 접시에 옮겨 담으면 그 맛이 안 난다. 그냥 프라이팬 째로 가지고 가서 밥과 김치랑 우걱우걱 먹는다. 쌈은 상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깻잎이 제맛이다. 깻잎 두장에 고기를 왕창 얹어서 마늘에 쌈장하나 찍어서 입에다 넣고 씹으면 참 맛이 좋다. 우리 와이프는 내 맘대로 한 제육볶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이프 하고 같이 먹을 때는 많이 순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오늘도 역시나 다이어트다. 저녁을 안 먹은 지가 꽤 되었다. 그런데도 살은 왜 안 빠지는지 도무지 의문이다. 주말 점심에 나 혼자 밥 먹을 일이 있을 때 나는 주로 고기를 볶는다. 하루에 한 끼 먹는 것이므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요리를 하는 동안 들을 유튜브를 틀어놓고, 냉장고를 뒤져 고기와 야채를 꺼내 손질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맛술을 꺼내 프라이팬 위에 익어가고 있는 고기 위에 뿌린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알코올이 날아가며 약간 맛있는 냄새가 난다. 대충대충 양념을 하고, 고기를 볶아낸다. 설렁설렁 요리하는 동안 점심의 햇살이 다용도실 창문 사이로 들어온다. 얼른 밥상을 차려 한입 가득 고기와 밥을 입에 넣어 씹는다. 아~~ 맛있다. 행복한 점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