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빠와 딸

2025.09.02 딸내미 유치원 등원하며.

by 최성민

딸내미와 같이 걸어서 유치원에 등원한다.

오늘은 아침에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아주 조금씩 오는 거 같아, 나노처럼'

'하하하 나노가 뭔지 알아? 나노는 엄청 작은 걸 말하는 거야'

'나도 알아 나노, 엄청 작은 거 0센티미터 같은 거'

신호등을 건너며 딸내미와 말한다.



오늘 아침은 진짜 가을이 조금 왔다.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에 오면 시원하다.

나를 닮은 우리 딸내미는 조금만 걸어도 콧잔등에 땀이 송송 맺힌다.



'나는 돈을 많이 벌 거야. 호텔을 만들 거야'

'돈 100만원 넘게 벌 거야'

'백만원은 자동차 타이어 네 짝 갈면 없어져'

'허어어억~! 그럼 이십천만백만원 벌 거야'

'그래 돈 많이 벌어서 아빠 차도 사줘'

'알았어'



오늘은 웬일로 내 차도 사준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일곱 살 딸내미에게

돈 버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알려줄까 하다가,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되겠지 싶어 웃고 만다.



비가 오고 나니 가을이 정말 '나노' 정도로는 가까이 온 거 같다.

맑은 하늘과, 조금은 선선한 기온.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아파트 사이의 나뭇가지들.

그 사이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오늘의 아빠와 딸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남겨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