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명언

2025.09.03 엄마가 남겨준 이야기

by 최성민

엄마는 명언을 많이 남기셨다. 단호하고도 짧은 강렬한 한마디. 그중 몇 개를 소개해보고자 이 글을 써본다.




'밥 중의 밥은 김밥이다. 닭 중의 닭은 치킨이다'


엄마는 밥 중에는 김밥이 제일 좋고, 닭 요리 중에는 치킨이 제일이다라고 하셨다. 나는 이 말이 너무 재밌어서 친구들 만나면 가끔 써먹는다. 나 역시 밥 중의 밥은 김밥이고, 닭 중의 닭은 치킨이다. 이건 엄마와 취향이 똑같다.




'노름, 보증, 바람 이거 세 가지만 피하면 패가망신은 면한다'


어릴 적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거의 몸에 새겨지다시피 한 이야기다. 우리 집안에 노름, 보증, 바람으로 망한 사람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맨날 이야기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그 덕에 저 세 가지를 하지 않아 패가망신하지 않고 살고 있다.




'입에 들어가는 거 다 채우려면 조선 천지를 다 갖다 줘도 모자라다'


니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하려면 조선 땅을 다 팔아도 모자라다는 말이다. 이건 엄마가 한 말이 아니라 엄마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외증조부께서 하신 말씀이란다. 엄마는 우리가 뭔가를 해달라고 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마치 기계처럼 했다. 귀에 인이 박혀 나도 가끔 우리 딸한테 한다.




'땅을 파봐라 10원짜리 하나 나오나. 10원을 함부로 쓰면 10원 때문에 망하는 일이 생긴다'


앞부분 '땅을 파봐라 10원짜리 하나 나오나' 이 부분은 어른들이 많이 쓰는 관용어구 같은 말이지만, 그 뒷부분에 따라붙는 말은 엄마한테서 처음 들었다. 10원을 함부로 쓰면 10원 때문에 망하는 일이 생긴다. 엄청나게 무서운 말 아닌가? 엄마한테 돈 좀 달라고 하면 맨날 저 소리 들었다. 이 이야기도 우리 딸내미가 크면 나도 하게 될 거 같다. 아무래도.




'자식새끼 초장에 잡아야 한다. 10살이 넘어가면 안 된다'


말 안 듣는 아이 때문에 고생하는 남의 집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엄마는 이 말을 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우리 엄마의 육아 원칙이었나 보다.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려면 엄마는 저 정도의 마음을 먹었어야겠구나 싶긴 하지만, 우리 엄마는 우리를 심하게 잡았다. 물리적으로도 우리 엄마는 진짜 힘이 세서 이길 수가 없었다. 강력한 규율 속에서 그나마 인간 구실 하게 되었으니 이것 역시 엄마의 명언대로 된 것인가. 요즘식으로 순화해서 이야기하면 아이가 커서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기 전에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가르쳐야 된다는 거다. 근데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저 말이 딱 맞다. 이것도 아무래도 엄마 말대로 하게 될 거 같다.




'밥을 깨끗하게 먹어야지 이게 다 할아버지가 피땀 흘려서 보내주신 쌀인데, 입에 떠 넣기만 하면 되는 걸'


밥 먹을 때 밥그릇에 밥알이 남아 있으면 여지없이 날아오던 엄마의 명언이다. 밀양에서 농사지으시던 할아버지가 쌀을 보내주셨다. 엄마는 그 밥을 하면서 고생하는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나 보다. 밥알 하나도 빠짐없이 깨끗이 먹으라는 말을 엄마는 그렇게 했다. 지금 우리 집도 장인어른이 쌀을 보내주셔서 감사히 잘 먹고 있는데 우리 딸내미가 밥그릇에 밥 알을 남기면 나도 엄마랑 똑같이 말하면서 싹싹 긁어준다. 나 역시 밥그릇에 밥알 하나 안 남기고 깨끗이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거 말고도 많은데 지금 생각이 안 난다.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추가해서 정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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