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
바쁜 일이 있으니 여기다 끄적거리기가 힘들다. 양도소득세 손님이 가지고 온 신고 자료 검토하는데 오래 걸렸다. 토지가 수용되면서 주택과 주택 부속 건물도 같이 수용되는 건이었다. 근데 주택 부속 건물 (예를 들면 창고 같은 것)이 건축물대장과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등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주택 부속 건물을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다.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분류가 되면 양도소득세 신고 시 불이익을 아주 많이 받는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양도소득세 기본공제 250만원도 적용받을 수 없고, 당연히 감면도 못 받는다. 거기다 70%의 어마어마한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래서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수용일자가 각각 달라서 세율이 다른 양도자산을 합산신고까지 해야 했다. 골치 아픈 일을 피하고 싶어서 관련 국세청 해석사례와 조세심판례를 엄청나게 찾았다. 하지만 딱 떨어지게 나오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 나오는 사례들은 1세대 1주택에서 주택 부속 건물이 미등기 되어 있는 경우 해당 부속 건물을 주택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였고, 미등기 상태여도 주택 부속 건물로 볼 수 있으면 주택으로 보아 주택 정착 면적에 포함하여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 시 주택의 부수토지로 본다는 사례였다. 이걸 좋게 좋게 나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잘 넘어가게 되지 않았다.
법령과 사례를 며칠간 검토했음에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떤 문제를 검토할 때 나름의 선을 긋고 검토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냥 계속 사례만 뒤지고 있으니 바닷속에서 바늘을 찾으려고 허우적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법령과 사례를 찾을 만큼 찾아놓고, 아예 손을 놓고 쉬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어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가는데 그 순간 뭐가 딱 떠올랐다.
의뢰인분은 해당 주택을 상속으로 취득했는데, 상속으로 취득할 때 등기 원인이 보존등기 임이 떠올랐다. 보존등기는 쉽게 이야기하면 최초로 취득할 때 하는 등기다. 이 주택은 상속개시 전에 미등기 주택이었고, 상속 취득 당시 최초로 등기하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 주택 부속 건물을 함께 등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특별조치법도 떠올랐다. 2013년쯤 생긴 법인데 전체 이름은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라는 것인데 이 법은 미등록 건축물을 특별히 1년간 기간 내에 신고하도록 하는 법인데, 위 주택이 이 법령에 해당되는 주택이었다. 그래서 위 주택은 부속건물을 등기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등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이와 똑같은 조세심판례도 떠올랐다. 마침 그날이 금요일 저녁이라 토요일 틈틈이 휴대폰으로 관련 내용을 생각날 때마다 확인해서 정리해 놓고 일요일 오후에 가서 와라락 정리를 했다.
월요일 의뢰인분을 만나서 위 내용을 설명했고, 의뢰인분은 많이 놀라셨다. 본인들이 생각했던 세금보다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세무사분 찾아서 확인해 보셔도 된다고 말씀드렸고, 미안하다며 자료를 가지고 가셨다.
해당 주택 부속 건물등을 미등기로 봐야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있긴 하다. 대법원 판례에 조세포탈을 위해 일부러 등기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가 있긴 했다. 물론 우리 사례와 정말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하지만 의뢰인분은 등기를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등기를 안 하거나 못한 것이기 때문에, 세무서 직원의 입장에서 서류만 확인해 본다면 당연히 미등기 양도자산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고, 만약 내가 위 건에 대해서 세무서 이의신청에서 저 문제를 넘어설만한 논리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서 나는 미등기 양도자산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내 능력은 여기까지 인 거 같고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세무사님이 계셔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이틀 정도 있다가 의뢰인분께서 다시 연락이 와서 내가 알려준 대로 신고를 하겠다고 하신다. 다시 마음이 바짝 조여지면서, 나의 검토 내용을 몇 번이고 확인한 후 신고를 진행했다.
그렇게 저번주를 위 건 검토하는데 다 보내고, 나는 약간 피로감을 느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글이 나오지 않는다. 퇴근 후 쉬는 시간에도 계속 유튜브 숏츠만 보고 있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나와도, 딸내미와 놀이터에 나와도 머릿속에는 저 문제가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당시에는 별 일 아니라고 느꼈을지 몰라도 나의 내면에는 꽤 힘들었나 보다. 이렇게 일이 정리되니 마음에 무거운 것이 딱 내려가는 느낌이다. 나름의 내 결론을 정리해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걸로 일이 정리가 되니 나 스스로는 마음이 편하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지만, 이 일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고통스럽다. 아주 가끔 재미가 있을 때도 있긴 하지만, 이런 판단을 해야 할 때는 정말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