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와 함께 세무이슈 검토하기

2025.09.18

by 최성민

구글에서 제미나이라는 에이아이가 나왔단다. 얼마 전에 그걸 알게 되어서 마침 검토할 이슈를 에이아이를 이용해 검토해 보기로 했다. 뭐 어차피 검색 기반으로 알려주는 걸 테니까 거기서 내가 거르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제미나이에게 질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제미나이는 처음부터 내 귀에 쏙 들어올만한 답을 해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내 질문에 내 의도가 들어있었는지 내심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거기에 따라 추가로 구글을 검색해 자료를 찾았다.


근데 계속 따라서 검색하고 추가로 법령을 검토하다 보니 좀 쎄하다. 그래서 계속 방향을 바꿔서 질문을 해보았다. 그럼에도 제미나이는 그럴듯한 논리와 꽤 노련한 말솜씨로 슬쩍슬쩍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세무사들이 일을 할 때는 항상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거 자료로 법령이나 국세청에서 내놓은 해석사례, 조세심판례등을 항상 참고하고 그 내용을 근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미나이에게 마치 내가 세무사가 아니고 일반 납세자인 것처럼 '나는 너의 의견만으로는 신고할 수가 없어. 근거를 보여줘'라고 질문을 했다.


제미나이는 한참을 뭔가를 찾더니 근거를 딱 내놓는데, 대법원 판례와 조세심판례를 내놓으면서 관련 내용을 쭉 정리해 주고 옛다 여기 있으니 이거 보고 하면 된다!라고 툭 던져준다.


나는 그걸 보고 오~! 제법이네~ 이야 에이아이 똑똑하네 하고, 관련 판례와 심판례 내용을 확인하려고 구글에 해당 문서번호로 검색을 해보는데,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아예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법원 사이트에도 들어가서 검색해 보고, 국세청 국세법령정보사이트에도 들어가서 검색해 봐도 안 나온다. 날짜로 검색해도 안 나오고, 문서 번호로 검색해도 안 나온다.


뭐야~ 다시 제미나이에게 물어본다. '네가 알려준 거 구글 검색했는데 안 나와. 다시 알려줘' 그랬더니 미안하단다. 그건 자기가 잘 못 알려준 거란다. 그래서 다시 뭔가를 막 알려주는데 또 아까 취지와 동일한 대법원 판례와 조세심판례를 알려준다. 오~ 이번엔 맞겠지 싶어 다시 구글에 검색해 보는데 또 안 나온다. 또 대법원 사이트 국세법령정보사이트 들어가서 봐도 안 나온다. 이 자식 상습범인 거 같다.


그래서 또 네가 알려준 거 검색 안된다고 했더니. 제미나이가 말은 미안하다고 하는데 자기가 알려준 판례등은 인터넷에서는 검색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핑계를 대고, 그리고 법령의 취지가 자기주장과 동일한 것이라며, 그냥 자기 말 듣고 신고해도 된다고 나를 가르친다. 와 이 건방진 에이아이.


처음에 제미나이가 해주는 솔깃한 말에 그 친구가 알려주는 대로 검색하고 내용 확인하다가 결국 하루가 다 갔다. 정신없이 이 자료 보고 저 자료 보고 하는 사이에 퇴근시간이 되어 버렸다.


결론적으로 내가 확인해 보니, 제미나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알려준 대법원 판례, 조세심판례, 해석사례 등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었고, 그가 알려준 법률의 제정 취지 역시 아예 다른 내용이었다. 혹은 내가 찾고자 하는 논점과 아예 다른 내용이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그럴싸한 말투와 그럴싸한 자료 제공으로 나름 세무사로 10년 이상 일해온 나 같은 사람도 꼴딱 넘어갈 뻔했으니 다른 일반 사람들은 진짜 진심으로 꼴딱 넘어가겠다 싶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양도세 상담 오신 분이 있었는데, 내가 상담해 보니 그분은 1세대 1 주택 비과세 대상이 아닌데, 본인이 1세대 1 주택 비과세 관련 내용을 챗GPT 한테 물어봐서 비과세로 확인하고 본인이 직접 양도세 비과세로 신고를 했는데, 세무서에서 당신 1세대 1 주택 비과세 아니니 세금 내야 합니다.라고 통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건 애초에 신고가 완전히 잘못된 건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 말고는 구제의 방법이 없다. 안내도 될 가산세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 제미나이로 세무이슈를 검토해 보면서 아직 에이아이가 세무 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저번에 챗GPT도 비슷하게 물어봤는데 그 친구도 제미나이랑 비슷했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료 프로그램을 써보면 괜찮을까? 아니면 다른 에이아이는 또 다를까?






여하튼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은 세무 관련 이슈를 에이아이에게 물어볼 때

그 놈들의 그럴듯한 대답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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